[데스크시각] 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정책

김태경 기자 2022. 5. 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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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며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관점에서 이 문장을 다시 들여다 보자. 인적, 물적 자원이 집중돼있는 수도권은 승자다.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기회 보장이 필요한 곳은 비수도권이다.

“자유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모든 자유 시민은 연대해서 도와야 한다”는 대목은 수도권이라는 블랙홀에 경제 문화 인구를 빼앗겨버린 지방이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하려면 수도권도 이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겠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문제까지 고려했을지 알 수는 없다. 취임사에서 ‘지역’이나 ‘균형발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보니 이런 해석을 통해서 라도 기대를 걸 뿐이다.

취임사에서는 지역이 빠졌지만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와의 간담회에서 “수도권으로 모두 몰려 여기에서 목숨 걸고 경쟁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풀릴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고,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약하면서는 “남부권에 수도 개념으로 중심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선정하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여전히 개운하지 않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이 최종적으로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하마터면 ‘특별과제’가 될 뻔했다. 국정과제 포함 여부는 국비 집행 우선 순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데, 국정과제가 아닌 특별과제로 선정됐다면 추진 동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

지역공약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지 않고 ‘별도로’ 추진하기로 한 점도 마뜩찮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공약을 선별적으로 반영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이유야 뭐가 됐든 지역으로서는 선거가 끝나고 나니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목표를 보면 ▷정치·행정 ▷경제 ▷사회 ▷외교·안보 등 4대 기본 부문에 ‘미래’와 ‘지방시대’를 추가했다. 지방시대를 국정목표에 더하는 대신 구체적인 과제들의 경우 ‘충분한 논의 및 의견수렴을 거쳐 추후 새 정부에 별도 건의한다’는 방침인데, 언제까지 어떤 수준으로 지역공약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문재인 정부도 지역공약을 국정과제와 별도로 분리하면서 ‘특별히 챙기겠다는 의미’로 생색을 냈지만 앞선 정권과 차별점을 보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만큼은 지역공약을 특별히, 별도로 잘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대통령실 조직이나 정책방향만 봐서는 기대치를 높이기 어렵다. 지역에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부총리급 분권균형발전부를 설치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이는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역균형발전 의지가 강한데 굳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각종 공약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해 여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의지가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으려면 의지가 아닌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지역균형발전 공약도 마찬가지다.


취임사에서도 빠진 지역문제. 통합된 지역균형발전 컨트롤 타워의 부재.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각종 지역공약의 실천 로드맵 수립. 이 모든 것이 지역의 입장에서는 불확실하다. 그나마 기대를 가져볼 만한 것이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완성형이라고 볼 수 있는 기업의 지방이전 지원 방안이다. 다만 이 역시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유인책을 제공할 뿐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런 만큼, 이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강력한 추진의지가 표면에 드러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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