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 없는 세상에서 영면을
“이제는 우리가 죽어/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 할/저 아득한 산”
11일 오전 강원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선영에 판소리 명창 임진택씨가 부른 ‘빈 산’이 울려 펴졌다. 이 노래는 1974년 김지하 시인이 발표한 시 ‘빈 산’에 임 명창이 곡을 붙였던 것이다.
이날 이곳에선 지난 8일 전립선암 투병 끝에 별세한 김 시인의 발인식이 열렸다. 장지는 김 시인의 아내이자 소설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씨의 외동딸 김영주씨가 2019년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묻힌 곳에 마련됐다.
김 시인의 두 아들인 김원보 작가와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내외, 김 시인의 8세 손자 등 유족들과 이청산 시인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시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던 아들 세희씨는 “아버지를 가까이 지켜보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서로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며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시인을 따랐던 문화예술계 후배들도 저마다 선배를 기리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김 시인의 서울대 미학과 후배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별세 소식을 듣고 착잡한 마음이었는데 김 시인이 아름다운 소나무와 사랑하는 형수님과 누워있는 걸 보니 편하게 넋을 기릴 수 있겠다”며 차분히 추도사를 읊었다. 민중화가 김봉준씨는 “그래도 명정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냐”며 ‘생명사상 생명미학 선구자’라고 직접 글씨를 적은 깃발을 준비해와 묘역에 꽂았다.
김 시인은 1960~1970년대 반독재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반대로 1990년대 운동권이 분신 등 극단적 선택을 하던 시절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서슴지 않았던 실천적 문인이었다. 투옥이 거듭된 삶 속에서도 국가권력의 부정부패를 질타한 시 ‘오적’과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하는 ‘타는 목마름으로’ ‘새’ 같은 절창을 남겼다. 시집 ‘애린’, ‘흰 그늘’ 등에선 자신이 감옥에서 깨친 생명사상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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