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중대재해법 개정"..윤정부 '노동정책 마스터플랜' 윤곽
지난 4월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계획서’가 11일 공개됐다. 기존 공약집이나 110대 국정과제에 비하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의 방향성이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다만 '유출' 형식으로 공개됐고 대통령실 관계자도 "최종본은 대폭 수정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하더라도 정책 추진 일정과 기한,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언급을 하고 있어 상당부분 참고할만하다. 또 최종본에 포함됐다면 상당한 이슈가 될 만한 내용도 담겨 있다.
◆중대재해법, 총선 이후 개정?
정부는 올해 하반기까지 중대재해법 시행령과 중대재해법에서 내용을 상당 부분 준용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하반기 내에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내용이 모호해서 기업의 중대재해법 준수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었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명확하게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내용의 시행령 개정은 지난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나 공약집에도 담긴 바 있어 새로울 것은 없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정부가 중대재해법을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시행령이다. 시행령은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안에 완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눈에 띄는 부분은 '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 부분이다. 안전보건 관계 법령은 중대재해법에서 경영책임자가 지켜야하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중 하나다. 이를 준수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때문에 '관계 법령'이 정확하게 어떤 법령을 일컫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경영계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았다.
이행계획서는 '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에 관한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국회에 제출한다는 의미는 시행령 개정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한으로 밝힌 2024년도 공교롭게 총선이 이뤄지는 해인만큼, 여소야대 해소 이후 중대재해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인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진다.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내년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
근로시간과 관련해서는 '선택적 근로시간 정산기간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자율적 근로시간 선택제 확대'가 추진된다. 특히 이를 위해 필요한 근로기준법 개정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 시선을 끈다.
그간 선택적 근로시간 정산기간은 최대 1개월 단위로 총 근무시간 범위 내에서 1주나 1일의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1개월 이내의 단위기간, 의무 근로시간대 등을 근로자 대표 등과 서면합의 해야 한다.
단위 기간을 확대하게 되면 서면 합의 등의 제약이 줄어들고,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방식이 가능해 진다. 다만 이는 법개정 사항이라 여소야대 형국에서는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돼 왔다.
하지만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정부는 늦어도 내년에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라 눈길을 끈다.
◆직무급제 시동…"입법으로 추진"
직무급제 도입에도 시동을 건다. 올해 하반기에는 우선 직무와 직업별 임금정보 제공을 강화한다. 직무에 따른 임금을 투명하게 밝혀 직무급제 도입에 마중물을 붓겠다는 방침이다.
이후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내년까지 마련·보급한다. 기업의 인사·조직관리를 직무중심으로 전환 유도한다는 의도다. 이 과정에서 재작년부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 도입된 직무급제가 참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2024년에는 임금체계 개편 절차를 명확하게 하고, 직무급제 도입을 '입법'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비교적 디테일한 플랜을 고려하면 직무급제 도입에 대해 윤정부가 '진심'이라는 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한편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세대 상생', '정년연장' 등을 추진하려면 기존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임금 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은 기업의 부담만 늘리게 돼 청년세대와의 상생이 불가능해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임금 체계 개편은 현행법상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변경이 필요하다. 현행 노사관계법에 따르면 노조나 근로자 대표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결국 노사 갈등을 줄이고 직무급제를 사업장에 연착륙 시킬 수 있는 '개편 절차' 도입이 어떤 방식으로 '입법' 사항에 포함될 지도 관건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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