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또 8.3% 폭등..연준 뒷북 대응 비난 고개
3월보다 소폭 내렸지만 예상치 상회
주거·식료품·서비스 등 전방위 확산
연준 실기했나..정책 고민 커질듯
국채금리 3% 돌파..시장 변동성↑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소비자물가가 ‘역대급’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1년 전과 비교해 8.3%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일각에서는 물가 정점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1980년대 초 수준의 초인플레이션은 계속됐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한 가파른 긴축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늦었다”는 통화정책 실기론까지 부상하는 상황이다.
4월 CPI, 예상치 넘어 8.3% 폭등
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3%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1%)를 웃돌았다. 전월인 3월(8.5%)보다는 0.2%포인트 소폭 완화했지만, 1982년 1월(8.3%) 이후 40년3개월 만에 최대 폭 올랐을 정도로 고공행진을 했다.
CPI 상승률은 지난해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4%, 1.7%로 연준 목표치(2.0%)를 밑돌았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2.6%로 오르더니 이후 4.2%(4월)→4.9%(5월)→5.3%(6월)→5.3%(7월)→5.2%(8월)→5.4%(9월)→6.2%(10월)→6.8%(11월)→7.0%(12월)로 급등했고, 올해 들어 7.5%(1월)→7.9%(2월)→8.5%(3월)→8.3%(4월)로 8%대를 넘어섰다. 이 정도면 오일쇼크가 절정이었던 1974년과 1980년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초인플레이션 시대는 도래했다는 진단이 많다.
4월 들어 가장 많이 뛴 건 에너지 가격이다. 1년새 30.3% 폭등했다. 그 중 휘발유의 경우 43.6% 뛰었다. 또 중고차(22.7%), 교통서비스(8.5%) 등이 큰 폭 상승했다. 육류·가금류·생선류·계란류(14.3%), 시리얼·빵류(10.3%), 유제품류(9.1%) 등의 가격도 올랐다. 아울러 CPI 지수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1년 전보다 5.1% 상승했다. 1991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일상에 필수적인 의식주 품목들의 상승 폭이 유독 컸던 셈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CNBC에 나와 “미국이 생계비용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3월과 비교한 CPI 상승률은 0.3%로 집계됐다. 월가 전망(0.2%)을 웃돌았다.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하면서 에너지 물가(-2.7%) 오름세는 한 달 전보다 꺾였지만, 오히려 주거, 식료품, 서비스, 여행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전방위 확산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6.2% 뛰었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6.0%)를 상회했다. 전월과 비교한 수치는 0.6%를 보이며 예상보다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이 당초 전망을 뛰어넘으면서 ‘정점론’은 다소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뱅크레이트의 그레그 맥브라이드 수석재무분석가는 “물가 상승 속도가 약간 완화했지만 기대했던 정도는 아니다”며 “8.3%로 떨어진 게 정점을 찍었다고 말하는데 솔깃할 수 있지만 지난해 8월처럼 (물가가 약간 내렸다가 다시 확 튀는 쪽으로) 이전에도 속았던(head-faked)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 정점론을 예단하기 이르다는 뜻이다.
연준서 “미리 움직였어야 했는데…”
물가 안정과 성장 유지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연준은 고민이 더 커졌다. 가파른 통화 긴축이 점점 불가피해지고 있는데, 이는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는 탓이다. 월가 일부에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목소리까지 나온다. 연준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추후 몇 차례 더 빅스텝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75b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까지 가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초인플레이션 국면이 길어지면서 연준 실기론까지 부상하는 조짐이다. 이미 연준 내부에서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봄부터 가속화하기 시작했지만 연준 관계자들은 이때만 해도 곧 사그라들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랜달 퀄스 전 연준 부의장은 “지난해 9월부터 연준이 공격적으로 정책 지원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해 왔지만 당시는 전례가 거의 없는 복잡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긴축 타이밍이 다소 늦었다는 자성으로 읽힌다.
예상보다 뜨거운 물가에 금융시장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17분 현재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55% 상승하고 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11% 떨어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076%까지 오르며 3%선을 돌파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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