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소포에서 메타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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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센터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는 여성들이 있다.
몇 년 전 조금만 더 공부하고 가라던 우리의 만류에도 성급하게 일터로 향했던 결혼이민 여성들이다.
그녀들의 취업은 한국어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메타포가 담긴 편지를 먼저 뜯자고 했고 그의 장모는 사람 사는 데는 소포가 더 먼저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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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이들의 상황은 어떨까? 국내 출생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일상언어에 문제가 없으니 외모로 드러나지 않는 한 학교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정서 행동의 문제를 보이지 않는 한 주목받지 않는다. 차별받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차별받지 않으나 조용히 묻어가는 건 아닌지 우려됐다. 어떻게 해야 이 조용한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 궁리를 했다.
3, 4월에 초등생 자녀를 둔 가정을 대상으로 아이들은 지능, 정서, 진로 검사를 하고 부모들은 양육 태도를 검사하는 ‘마음자람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엄마들의 관심사였는지 20여 가정이 참가했다. 지능이 기준치보다 낮게 나온 아이들이 있었다. 언어 영역이 많이 낮았다. 집에서는 엄마의 한국어에 옆구리를 찔러가며 눈치를 주던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묻어가고 있었나 보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서 우편배달부 마리오는 꿈에도 그리던 네루다로부터 편지와 소포를 받았다. 마리오는 네루다의 메타포가 담긴 편지를 먼저 뜯자고 했고 그의 장모는 사람 사는 데는 소포가 더 먼저라 했다. 마음의 가치를 알고 있는 마리오가 옳다. 생활을 통찰하는 장모 또한 옳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마음을 전하는 말 없이 살 수 없고 돈이 없어도 살 수 없다. 이제 와서 그녀들에게 왜 소포를 먼저 뜯었냐고 나무라는 건 의미 없다. 그 덕에 소리 소문도 없이 아이들이 자라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다 같이 소포를 넘어 메타포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보자.
그녀들의 더딘 길에 따라가며 박수를 보낸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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