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의식이 흐릿해요"..안전 착륙시킨 美승객·관제사 콜라보

관제사의 안내의 따라 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트위터

하늘을 날고 있는 비행기에서 조종사의 의식이 흐려지자 일반 승객이 관제사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착륙했다.

11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바하마에서 미국 플로리다로 향하는 세스나 208 캐러밴 항공기를 조종하던 조종사가 건강 문제로 갑자기 의식이 흐려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한 승객이 관제소와 교신해 당시 상황을 알렸다. 교신 녹음에는 익명의 승객이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조종사의 의식이 흐려졌다. 나는 비행기를 조종할 줄 모른다”고 침착하게 말하는 것이 담겼다. 당시 비행기에는 승객과 조종사 둘만 있었다고 한다.

/트위터

교신을 받은 관제사 로버트 모건은 “현재 위치가 어디인가”라고 물었고 승객은 “모르겠다. 저 앞에 플로리다 해안이 보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답한다. 이에 모건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해안을 따라가고 있으면 우리가 레이더로 당신을 찾겠다”고 말한다.

4분쯤 뒤 관제소에서는 레이더로 해당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했다. 이어 팜비치 국제공항의 관제사가 승객과 교신하며 착륙 방법을 안내했다. 비행기는 약간 흔들렸지만 안전하게 착륙했다. 이에 교신 녹음에는 해당 교신 내용을 들은 다른 비행기에서 “방금 승객이 비행기를 착륙한 건가? 세상에”라고 말하는 것이 담기기도 했다.

모건은 “휴식시간에 책을 읽고 있었는데 동료가 비행기 착륙을 도와야 한다고 소리쳤다”며 “해당 비행기가 잘 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나는 승객을 진정시켰고 활주로를 따라 착륙할 수 있도록 속도를 줄이는 방법을 알려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기종을 조종해본 적이 없었던 모건은 조종석의 사진을 보며 조종 방법을 알려줬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를 돕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았고 집에 돌아와 얼른 임신한 아내를 안고 싶었다”고 했다.

항공 전문가 존 낸스는 “비행 경험이 없는 사람이 착륙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해당 기종만큼 복잡하고 큰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켰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승객이 관제사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매우 침착하게 지시를 정확히 따라서 이 일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착륙 이후 조종사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해당 사건은 미국 연방항공청(FAA)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