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우크라 침공 교착상태..푸틴, 패전 판단 땐 핵무기 쓸 수도"

박효재 기자 2022. 5. 11.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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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보당국, 상원 청문회 발언
“장기 소모전 양상 가능성 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 소모전 양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 정보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핵에 의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10일(현지시간)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장악에 성공하더라도 이번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장기적인 분쟁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전히 돈바스를 넘어서는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스콧 베리어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국장도 이날 청문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승리하고 있지 않다”며 “일종의 교착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면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잇는 육로를 확보하게 된다. 미 정보당국은 푸틴 대통령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몰도바 내 친러 세력 장악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육로를 확장해 흑해 연안 전체를 장악하려 할 것으로 본다. 헤인스 국장은 다만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장악하는 것은 총동원령을 내리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인스 국장은 향후 몇 달간 상황 예측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자신의 야망과 러시아의 군사적 역량 사이의 불일치에 직면한 푸틴이 보다 즉흥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금 추세대로라면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전쟁에서 질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계엄령 선포, 전시 생산 체제로의 전환 등 보다 극단적인 수단에 의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인스 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정권과 러시아에 실존적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경우에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개입하는 상황을 그러한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발사대, 전략폭격기, 핵잠수함 등을 포함한 대규모 훈련이 사전 신호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러시아가 당장 핵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헤인스 국장은 “푸틴 대통령이 당장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베리어 국장도 러시아가 조만간 핵을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미 정보당국은 승리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의지와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 의지를 고려할 때 적어도 당분간은 양측의 협상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9일 미사일 7발과 극초음속 미사일 3발로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쇼핑센터, 창고, 호텔 등을 공격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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