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새 대통령 마르코스 아들, 두테르테 '친중 행보' 따라갈 듯

김혜리 기자 2022. 5. 1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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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남중국해 등 미온 대응 예상
‘반미 노선 선택 않아’ 분석도

“미국이 들어오면 중국을 적으로 두게 된다.”

지난 9일 대선에서 승리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제17대 대통령 당선인(사진)의 대외 정책 방향을 보여주는 말이다.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친중국 노선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필리핀의 친중 외교 노선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입장에서 확인된다. 필리핀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국제상설재판소(PCA)는 2016년 남중국해 대부분이 자국 영해라는 중국의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해에 취임한 뒤 중국에 해당 판결을 이행하라고 강요할 생각이 없다면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외신들은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도 두테르테 대통령과 비슷한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대선 기간 중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이 PCA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판결은 효과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이 들어오면 중국을 적으로 두게 된다. 나는 우리가 중국과 직접 합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필리핀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과 상의하지 않고 중국과의 관계를 독자적으로 설정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마르코스 가문은 대표적인 친중 가문으로 꼽힌다. 필리핀과 중국은 1975년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의 아버지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국제 분석가 엘빈 캄바는 마르코스 가문이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득을 봤다고 지적한다. 그는 닛케이아시아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2007년 마르코스 가문의 정치적 기반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 영사관을 개설한 뒤 해당 지역에 식량이나 의료용품을 정기적으로 기부하면서 지역 엘리트들과 관계를 다졌다고 밝혔다. 마르코스 가문은 이를 통해 정치적 힘을 축적해나갈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이 친중을 넘어 반미 노선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다수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그는 대선 토론에서 “미국은 매우 중요한 동맹”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필리핀에서 반중 정서가 커진 만큼 친중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에게는 미국과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1995년 미 하와이 연방법원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으로 인해 인권침해 피해를 본 9539명에게 20억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했지만 지금까지 3700만달러만 회수됐다고 지적했다. 마르코스 주니어 당선인은 지난해 8월 미국을 방문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미국에 가면) 누군가는 ‘이 사람을 감옥에 넣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미 국무부와 법무부는 그가 방문할 경우 외교 면책특권이 부여될지에 대해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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