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더 외로운 1인 가구..서울시 '병원동행' 6개월에 2000명 이용
[경향신문]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A씨는 출근 준비를 하다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발목이 부러졌다. 친한 친구는 당장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부모님도 지방에 계셔서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그때 시내버스에서 1인 가구가 병원에 가야 할 경우 동행해 주는 서비스에 대한 안내를 본 것이 떠올라 서울시에 동행매니저를 요청했다.
A씨는 “살고 있는 주택에 계단이 많아 걱정했는데 동행매니저와 같이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다”며 “비용도 저렴하고 1인 가구에 꼭 필요한 서비스여서 직장 동료들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1인 가구 병원동행서비스’가 지난해 11월 시작된 이후 6개월여 만에 이용자가 2000명을 넘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집에서 나와 병원에서 진료나 치료 등 조치를 받고 다시 집에 돌아갈 때까지 모든 과정을 매니저가 보호자처럼 동행하는 공공서비스다. 혼자 생활할 때 곤란하거나 힘든 이유로 몸이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의 어려움(35.9%)을 꼽은 시민들이 가장 많았던 점에 착안한 것이다.
병원동행은 소득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시간당 5000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시민들은 일반 진료, 골절, 급성질환, 건강검진, MRI나 CT 촬영과 같은 각종 검사 등 일시적인 상황은 물론 투석과 재활 등 장기 투병 과정에서도 동행을 요청했다. 70대(29%)나 80대 이상(30%)의 고령층뿐 아니라 60대(23.5%), 40~50대(13.7%), 30대 이하(3.8%)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시는 지난해 시범운영 이후 올해부터 중위소득 100% 이하 저소득층의 이용료를 무료로 감면하고, 연 6회였던 이용 횟수 제한도 없애면서 이용자가 급속하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전담 인력을 15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하고, 하반기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1인 가구 밀집지역, 임대주택 단지 등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0~15명씩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동행하는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지역 복지기관에서 검진이 필요한 대상자를 발굴하면 시가 동행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해선 서울시 1인가구특별대책추진단장은 “병원동행서비스는 1인 가구가 아플 때 어려움을 해소하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공적 돌봄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불편사항 개선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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