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6호기 보조건물 공사 도중 철 구조물 강풍에 쓰러져 '화들짝'
[경향신문]
원전 측 “자연재해” 해체 후 재시공 결정
전문가들 부실시공 등 조사 필요성 지적
울산 울주군 서생면 소재 신고리 6호기 보조건물 공사 중 철구조물이 강풍에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측은 소용돌이 강풍에 의한 자연재해라고 밝혔지만, 부실시공 여부 등 사고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울원전본부는 신고리 6호기 보조건물 공사 중 벽체 철근이 바람에 쓰러져 이를 해체한 뒤 재시공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시공은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맡고 있다.
사고는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쯤 강풍이 불자 작업자들이 철근 설치작업을 중지하고 현장에서 철수한 뒤였다. 이어 원전과 시공사는 낮 12시50분쯤 철근이 기울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 주변을 통제했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다.
보조건물은 돔 형태의 원자로 건물과 연결돼 있다.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발전을 위한 주요 설비는 원자로 건물 내부에 있다.
보조건물에는 정전 발생 시 원전에 전력을 공급할 비상디젤발전기를 비롯해 제어실, 각종 펌프, 연료 및 물 탱크 등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설비가 설치된다. 현재 각종 용수공급용 탱크 등 규모가 큰 일부 설비만 건물 내부에 설치된 가운데 외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보조건물(가로 42m, 세로 35m)의 동쪽 벽체공사 중 건물 최상층부(높이 59~67m)에 설치된 길이 약 45m, 높이 9.3m의 철근 구조물이 쓰러졌다. 콘크리트 타설을 하기 전이어서 거푸집이 철근 주변에 설치되지는 않았다.
사고 당일에는 초속 18m의 바람이 불었다. 이 바람에 사각형 모양의 보조건물 동쪽 벽체에 하늘 방향으로 촘촘히 설치된 철근이 버티지 못하고 서쪽 방향 건물 안쪽으로 넘어졌다.
원전 측은 평소 약 3m 간격으로 철근 전도 방지용 로프를 설치하고 공사를 하는데, 이날 바람이 거세지자 추가 안전조치를 위한 작업 대기 중 철근 전도 사고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강풍으로 인한 현장작업 중지 통보로 철근의 전도 사고 예방을 위한 보강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전 관계자는 “풍동 전문가의 분석 결과 원자로 건물 같은 주변 구조물에 의한 소용돌이 바람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실제 풍속은 초속 23m가량으로 중형 태풍급이었다”면서 “강풍이 벽체 철근에 주기적인 압력을 가하면서 쓰러졌다”고 말했다. 자연재해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고리 원전 건설 현장이나 주변의 다른 민간 공사 현장에서는 이 같은 사고 사례가 드문 만큼 설계 또는 시공 과정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풍하중’(구조물 둘레에 바람이 불 때 받는 힘)을 견딜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익현 울산대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서는 설계 풍속의 적정성 여부와 함께 적정 자재의 사용 여부, 시방서에 따른 적절한 시공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측은 쓰러진 철근을 해체해 전량 폐기하고, 구조물 영향에 관한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기술적 검토를 거쳐 재시공할 방침이다. 2016년 6월 인근 신고리 5호기와 함께 착공된 1400㎿급 신고리 6호기의 공정률은 현재 78%이며, 2025년 3월 준공될 예정이다.
앞서 이 원전은 공정률 28% 단계였을 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7년 7월부터 3개월간 계속 공사 여부를 위한 공론화 작업을 벌였다. 당시 공론화위원회는 시민참여단 471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물은 결과 ‘공사 재개’(59.5%)가 높게 나오자 계속 공사를 권고했다.
울산 주변에는 남쪽으로 울주군 서생면과 부산 기장군 소재 신고리·고리 원전, 북쪽으로 경북 경주의 월성·신월성 등 모두 16개의 원전이 위치해 있다. 이 중 폐로 처분된 기장군 소재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 15개의 원전이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이다.
시민 박모씨(50·울주군 온산읍)는 “인구가 밀집한 울산 도심은 원전에 둘러싸여 있다”면서 “공사 중이든, 발전소 가동 중이든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승목·윤희일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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