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우려 조항 수정에도.."제정 저지" 고수하는 의사들

허남설·민서영 기자 2022. 5. 1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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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전국 대표자 궐기대회

[경향신문]

“70년 넘은 의료법, 간호사 전문성 못 담아” 간호협회 숙원
‘진료 보조’ 규정 불구…의사단체, 독자적인 법 자체가 불편

의사단체가 국회를 상대로 ‘총력투쟁’을 선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15일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해 말부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며 간호법 제정 중단을 요구했다. 간호법은 간호사 업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인력 확보 등으로 처우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고 전체회의 상정·의결을 앞두고 있다. 간호사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의사들, 그들은 왜 이 간호법에 반대할까.

간호법 제정은 대한간호협회(간협)가 1977년부터 추진한 숙원이다. 1951년 제정한 ‘의료법’ 틀 안에서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간호 업무를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반면 의료법은 간호사의 임무를 ‘환자의 요구에 따른 간호’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만 정의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이 개념이 다분히 의사 중심적이며, 자신들의 전문성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간호사들은 전문의료인으로 인정받으며 1차 의료를 수행한다.

미국에선 독자적인 약 처방과 의료기관 개원도 가능하다. 1903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시작해 1923년 모든 주가 간호법을 제정했다. 독일 ‘간호직업에 관한 법’(1985), 캐나다 ‘간호사법’(1988), 영국 ‘간호사·조산사법’(2001) 등 간호사만의 법제를 갖춘 나라는 적지 않다. 일본은 1948년 ‘보건부조산부간호부법’을 만들었다.

국내에선 의사들의 반대 등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되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탄력을 받게 됐다.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했을 정도로 간호사들의 수고가 사회적으로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20대 대선까지 겹쳤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대선 후보들이 간호법 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복지위에서도 여야 모두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사회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이번에도 간호법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한 의료법을 벗어나 간호사만의 법이 생긴다는 사실 자체를 불편해한다.

간호사들은 달라진 간호사의 업무를 법 체계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의협은 “간호사의 불법·무면허 의료행위를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다만 현재 이 쟁점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다. 원래 김민석·서정숙·최연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간호사의 업무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규정해 의사들이 반발했다. 복지부도 이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복지위 법안소위도 이를 받아들여 의료법과 똑같이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규정하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도 간호사의 역할과 관련해 간호법을 다른 법에 우선해 적용한다는 등 여러 조항들을 수정했다.

하지만 의협은 이 같은 ‘독소조항’들이 사라졌다고 인정하면서도 간호법 폐기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허남설·민서영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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