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해 '통합' 뺐다지만..윤 대통령 취임사, 국정방향 흐릿

유정인·심진용 기자 2022. 5. 11.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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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 대통령, 취임사 논란에 직접 설명…“정치 자체가 국민통합 과정”
당 내부에서도 “내가 옳다는 주장만”…민주당 “유감” 협치 시험대

집무실 로비서 기자들과 문답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둘째날인 11일 서울 서초동 사저에서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첫 출근을 하면서 1층 로비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통합 없는 취임사’ 지적에 11일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넣지 않았다).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통합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취임사에 통합 등이 언급되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자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이다. ‘자유 확대’라는 국정철학 외에 굵직한 국정 방향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뼈대가 여전히 흐릿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취임사에 통합 얘기가 빠졌다고 지적하시는 분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취임사에 ‘자유’는 35차례 언급된 반면, 대선 후보 당시 강조한 국민통합·협치·소통 단어 등은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5층 회의실에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취임사에서 자유, 성장 이야기만 하고 통합 이야기를 안 했다고 하는 뉴스가 많다”며 이례적으로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수석비서관 회의 모두발언에는 국정 핵심 메시지가 담긴다. 첫 회의라는 상징성이 높은 상황에서 취임사에 통합이 빠진 이유와 자유의 가치를 설명하는 데 모두발언 전체(11분)의 절반가량 시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은 국민이 하나로 통합되기 위한 규범이고 민주주의 정치 과정 자체가 매일매일이 국민통합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다 함께 잘 살려면 기본 가치는 서로 공유하고 함께 가야 한다”며 “그래서 헌법에서 발견할 기본 가치를 자유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가 이(자유)에 대한 공감대와 공동의 가치를 갖고 갈 때 진정한 국민통합,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으냐”면서 “정치라는 것 자체가 통합의 과정이기에 (그보다는) 통합의 기준과 방향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민주주의 자체가 국민통합의 과정인 만큼 이를 기본값으로 두되, 어떤 가치로 통합이 이뤄져야 하는지에 집중하고자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이례적인 설명에도 ‘통합’ 없는 취임사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사는 대선을 거치며 갈라진 민심을 모으고, 경쟁 진영에 대한 통합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회로 활용돼 왔다. 0.73%포인트 격차 신승, ‘여소야대’ 국회라는 환경에서 출범한 윤 대통령에게 통합과 협치는 최우선 과제로 거론돼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감스럽게도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은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박홍근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고 비판했다. 대통령 임기 초반에 열리는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회동이 어떤 형식과 의제로 열리느냐가 또 한 번의 통합 의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추상적’이었던 취임사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자유’를 뼈대로 삼아 국정철학을 밝히는 데 집중하면서 국정 각 분야 방향성은 제시되지 않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굵직한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한 채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중평을 받았다. 취임사에도 윤 대통령이 우선순위로 삼는 각 분야 정책기조가 담기지 않으면서 국정 방향타를 시민들에게 설명하는 일은 추후 과제로 넘겨지게 됐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CBS 라디오에서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어떻게 만들겠다, 내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있어야 되는데 이런 것이 옳다는 주장만 했다”고 말했다. 통합 과제에 대해선 “대통령이 진정하게 야당을 존중하고 파트너로서 협치의 장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유정인·심진용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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