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 홈페이지서 '대만은 중국 일부분' 표현 삭제..중국 "하나의 중국 원칙 허구화 안돼"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2. 5. 1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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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에 실린 미국과 대만 관계를 설명한 팩트시트. 2018년 8월 구 버전(위)에는 “ 대만은 중국의 일부”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노란색 표시 부분)라는 문장이 있었지만 지난 5일 수정된 판본(아래)에는 해당 문장이 사라졌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국무부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표현 등을 삭제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둘러싼 미·중 간의 해석차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연합보와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게재된 ‘미국과 대만 관계 개황(Fact Sheet)’ 자료를 갱신하면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표현과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삭제했다. 국무부는 대신 대만관계법과 미·중 3대 공동성명(수교 당시 공동성명 등 양국 관계 관련 주요 성명), 6대 보장에 기초해 오랫동안 지속돼온 하나의 중국 정책(policy)이 시행되고 있다는 내용을 자료에 명시했다. 또 “대만은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기술 강국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파트너”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미 국무부가 개황 자료를 수정한 이유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자료상의 일부 내용이 삭제된 경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대만 관련) 정책은 바뀐 것이 없다”며 자료를 업데이트 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중국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대만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에 하나의 중국 원칙(principal)을 허구화하며 빈 껍데기로 만들려는 행동을 멈추고 실제 행동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공보를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만 일부 인사들은 미 국무부가 대만 관련 내용을 수정했다고 떠벌리며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려 한다”면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은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양자관계 개황을 수정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허구화하거나 속 빈 강정으로 만드는 방해 술수”라며 “대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대만해협의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는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의 대만 관련 표현 변화는 미국 당국자들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5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미국의 개입을 넘어 대만을 점령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우리 견해”라면서 “지금부터 2030년까지 대만에 대한 위협은 극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이 개입할 여지를 확대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은 20일부터 시작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계기로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다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발표될 미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도 대만 관련 표현 변화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이 개황 자료의 내용을 바꾼 것에 대해서는 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천탕산(陳唐山) 전 외교부장은 “대만이 민주주의 진영에 굳건히 서 있는 상황에서 미 국무부가 국제정세 변화와 미국 내 분위기 등을 감안해 조정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옌전성(嚴震生) 대만 정치대 국제관계센터 연구원은 “통상적인 수준의 수정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옌 연구원은 다만 “미국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삭제한 것은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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