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연이은 횡령사고] 징계 불가피.. 더 커진 'CEO 리스크'
우리은행의 잇단 횡령사고에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장을 역임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거나 징계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사고에 따른 책임까지 더해질 경우 손 회장의 경영권 유지가 위태로울 수도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의 거액 횡령사고 발생 직후 수시검사 형태로 우리은행 본점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기소 여부에 따라 횡령 직원 등에 대한 법적 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에 대한 금융당국 차원에서의 제재 조치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은 610억원 횡령사고 발생 시점인 2018년 은행장을 맡고 있었고, 지난해 발생한 횡령 사고에 대해선 그룹 내부통제관리위원회 위원으로서의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내부통제관리위원회는 이사회 내 상설 조직으로 그룹의 내부통제기준 마련에서부터 운영실태 점검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지는 조직이다.
은행의 횡령 사고에 대한 경영진 관리 책임은 이미 선례가 있기도 하다. 지난 2005년 4월 조흥은행의 850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 횡령 사고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은 최동수 조흥은행장에 대해 '문책경고' 제재를 결정했다. 당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주의적 경고' 처분을 받았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의 공신력을 실추시키고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면서 "은행장이 내부통제의 최고 책임자로서의 책무를 태만하게 한 사실이 인정돼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이같은 선례를 감안하면 610억원의 횡령 사고 발생 당시 내부통제의 최고 책임자였던 손 회장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더구나 손 회장은 이미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전과가 있어 이번 횡령사고가 제재로 이어질 경우 가중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 제재를 의결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 발생 당시 우리은행장으로서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를 비롯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상의 내부통제기준 마련과 관리미흡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당초 손 회장은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사전통보받았지만 최종 제재수위가 한 단계 감경됐다. 금감원 제재심의 제재 조치는 금융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되는데, 금융위는 올해 초 이를 확정하려다가 미뤄둔 상태다.
이에 앞서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내부통제 관리 미흡을 이유로 '문책경고' 제재를 받았다. 손 회장은 금융위의 문책경고 제재 결정 직후 행정법원에 징계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DLF 소송에서 손 회장은 1심 결과 승소했지만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DLF 징계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최종 제재가 결정되면 손 회장이 또다시 행정소송을 진행하기는 부담스럽다.
여기에 더해 금융사고에 대한 내부통제관리 부실 책임을 물어 세번째 제재가 내려진다면 소송은 고사하고 경영권 유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다. 사모펀드 불완전판매와 펀드상품 부실심사 등에 대한 내부통제 체계 미비는 다툼의 여지가 있지만, 거액 횡령 등 금융사고에 대한 예방과 재발방지 등에 대한 관리 책임은 은행법 등에 명시돼 있어 법적 다툼의 소지도 적다.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분류된다. 문책 경고부터 직무정지, 해임 권고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중징계가 내려지면 향후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라임 사태에 따른 '문책경고' 제재가 확정되면 손 회장은 DLF 이후 두번째 중징계를 받아 향후 연임 전망이 불투명해진다. 우리은행 역시 1년간 신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김현동기자 citizen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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