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로 코로나' 비판한 WHO 사무총장에 발끈..발언 삭제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2022. 5. 1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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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 수장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방역 전략 변화를 권고하자, 중국 정부가 발끈했다.

앞서 10일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행동 방식과 앞으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할 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동안 서구권에서 '친중' 행보로 비판을 받아온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공개 석상에서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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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0년 1월 2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 수장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방역 전략 변화를 권고하자, 중국 정부가 발끈했다. 온라인에선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발언과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며 검열을 강화했다. 중국 외교부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을 향해 무책임한 발언을 삼가라고 했다.

이날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을 객관적으로 보길 바란다”고 했다.

중국은 2019년 말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발생한 후, 단 한 명의 감염자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2년 넘게 고수하고 있다. 강제 격리 등 강력한 방역 조치로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 확산을 비교적 빠르게 통제했다는 평을 받았으나, 올들어 전파력이 강하고 감염 속도가 빠른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인구 2600만 명 상하이시 전체가 4월 초부터 6주째 전면 봉쇄된 것을 비롯해, 현재 중국 수십 개 도시가 전체 또는 부분 봉쇄된 상태다.

생산과 소비 활동이 멈추면서 경제에는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비판에 “‘제로 코로나’는 대규모 감염을 막고 인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정당화했다.

앞서 10일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행동 방식과 앞으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할 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전문가들과도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 접근법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며 “(정책)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서구권에서 ‘친중’ 행보로 비판을 받아온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이 공개 석상에서 중국의 코로나 방역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2022년 5월 10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핵산 검사를 받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마이클 라이언 WHO 보건긴급프로그램 디렉터도 “방역 조치가 사회와 경제에 미칠 영향과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가 인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중국의 누적 코로나 사망자 수가 1만5000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중국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엄격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고도 했다.

라이언 디렉터가 언급한 중국 사망자 수는 중국의 공식 발표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1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0일까지 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를 5198명으로 발표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4일 미국 누적 사망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자, ‘미국 정부가 방역을 포기하고 국민을 포기했기 때문’이란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 발언이 중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전해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온라인에선 소셜미디어 게시물이나 관련 기사가 삭제됐다. 중국 당국이 검열 통제 조치를 취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의 유엔 공식 계정에 올라왔던 해당 발언 게시물도 즉각 삭제됐다. 관련 내용을 검색하면 불법 콘텐츠란 알림이 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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