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스리랑카 시위 격화..친정부 지지자 폭력으로 8명 사망

2022. 5. 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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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사임 후에도 대통령 퇴진 요구..수입 의존도 높아 외화 고갈에 국민 생활 직격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경제난으로 촉발된 스리랑카 시위가 총리가 사임을 밝힌 뒤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교적 평화롭던 시위를 친정부 지지자들이 공격하며 방화 등 대치가 격렬해지면서 8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CNN> 등 외신을 보면 10일(현지시간)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총리가 9일 사임 의사를 밝힌 뒤에도 남부 함반토타에 위치한 라자팍사 가문 소유의 집이 반정부 시위대 공격으로 불탔다. 의원과 장관 등 여러 정치인들의 자택 50채 이상이 불탔다고 외신은 전했다. 수도 콜롬보에 위치한 총리 관저에도 9일 밤부터 시위대의 두 차례 침입 시도가 이어졌고 사저 밖에서 방화까지 발생하며 결국 10일 새벽 군이 출동해 총리를 구출해 나오기도 했다.

치솟는 물가와 생필품 부족 등 경제 위기에 대한 정부에 책임을 묻는 시위는 지난 3월부터 한 달 이상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9일 친정부 지지자들이 막대 등으로 무장한 채 시위 참여자를 구타하고 시위대 텐트를 불태우는 등 폭력을 구사하면서 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분노한 시위대에게 공격 받은 집권당 의원이 시위대 2명에게 발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이틀 동안 8명이 사망하고 2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영국 <BBC> 방송은 부상자 중 일부는 경찰이 군중을 향해 쏜 최루탄을 맞고 다쳤다고 보도했다.

시위 진압을 위해 군을 투입한 정부는 10일 생명을 위협하거나 공공 재산을 훼손하거나 경우 발포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렸다. 콜롬보에는 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수만 명의 군인이 배치된 상태다. 12일 오전까지 전국에 통행금지령도 내려졌다.

외신은 통행금지령에서 불구하고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고 대통령 집무실 근처 등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타바야는 사임한 총리 마힌다의 동생으로 라자팍사 집안은 대대로 스리랑카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러 왔다.

정부, 경제난 코로나 탓 돌리지만…"수출 경시·포퓰리즘 경제정책이 도화선" 분석

510억달러(약 65조원)에 달하는 외채를 보유한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부채 상환을 유예하겠다며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했다. 4월에 만기가 돌아온 7800만달러(약 994억원) 등 올해 정부가 갚아야 할 외채는 70억달러(약 9조원)에 이른다.

2019년 말 76억달러(약 9조7000억원)였던 외환보유고는 3월 19억3000만달러(약 2조4600억원)로 급감했고, 식량과 연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 나라에서 외환보유고 고갈은 생활고로 직결된다.

스리랑카 정부는 외환이 동난 이유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으로 외화 조달의 큰 축을 담당했던 관광산업이 위축된 것을 꼽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시장에서 식량과 연료값이 크게 오른 것도 악재다.

하지만 <BBC>는 외환 고갈이 2009년 이래 수출보다 내수에 집중한 정부의 경제 정책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스리랑카의 올해 경상수지 적자는 30억달러(3조8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감세 등 포퓰리즘 정책도 외환보유고를 갉아 먹는 데 일조했다는 평이 나온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2019년 집권하며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는데 이는 세수를 14억달러(1조7800억원)나 감소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도 "실수"라고 인정한 이 정책 탓에 부족한 외환을 구매할 여력이 줄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외화 유출을 막고자 2021년 초 수입 규제를 단행하며 화학비료 수입을 막았지만 이는 작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오히려 식량 수입이 늘면서 외화 유출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았다. 비료 수입 금지로 인해 IMF는 주요 수출품인 차와 고무 생산량이 줄면서 수출에도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자동차에서 신발에 이르기까지 "비필수" 품목으로 지정한 물품의 수입이 금지되면서 국민 생활의 불편도 늘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채무 조정 및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지난달 스리랑카에 6억달러(약 7600억원)를 긴급지원 하기로 했고 인도는 19억달러(약 2조42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고 지난 10년 간 50억달러(약 6조3700억원) 이상을 대출해 준 중국 정부와 채무 조정을 모색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스리랑카 수도 콜롬비에 위치한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 관저 근처에서 버스가 불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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