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움직였어야 했는데"..연준, 뒤늦은 자성론
"미래 불확실성·FOMC 의사결정 구조 등이 원인"
포워드 가이던스도 한 원인..최근들어 말 아껴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전현직 인사들이 최근 인플레이션 대응이 너무 늦었음을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지나고보니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였던 지난해 가을부터 더 빠르게, 더 강력히 대응했어야 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연준의 정책결정 방법이 이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여러 전현직 연준 관계자들은 연준이 지난 가을 움직였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랜달 K. 퀄스 연준 전 부의장은 지난해 9월부터 연준이 공격적으로 정책적 지원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당시는 전례가 거의 없는 복잡한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인플레이션은 초기에 반도체 및 자동차 같은 일부 품목에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물가 압력이 식품과 임대료, 다른 영역들로 확대된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연준이 금융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것인지 이른바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공언한 점도 일찌감치 물가 대응에 나서기 어려웠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연준 관계자들은 금리를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고용시장이 실질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채권 매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들은 때가 되었을 때 어떻게 정책을 철회할 것인지조차도 명확히 했는데 이것이 연준이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좁혀놨다는 것이다.
최근 연준을 떠난 리차드 클라리다 전 부의장은 지난주 한 컨퍼런스에서 “경제의 모든것과 마찬가지로 포워드 가이던스는 이익과 비용이 있다”며 “연준이 취해야 할 일련의 정책적 조치들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재지명 여부를 11월 중순까지 발표하지 않았던 점은 연준의 정책 결정을 지연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된다. 퀄스 전 부의장은 파월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재지명될 것인지 여부를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지표에 대응하는 것은 연준의 리더십이 명확해질 때까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의결권을 가진 참석자들이 신속한 합의에 이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주 연설에서 “정책은 최대 12명의 의결권이 있는 위원들과 총 19명의 토론 참가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며 “이 과정은 구성원들이 합의에 이르게 하기 위해 타협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점진적인 정책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한 인터뷰에서 위원회 내부의 다른 사람들이 같은 지표를 다른 렌즈로 보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짐승의 본성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준이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며 아직 기회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월러 이사는 연준의 정책적 지원 철회가 가속화됨에 따라 시장이 조정을 시작했으며, 이는 대출비용을 높이고 경제상황을 둔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2021년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연준 관계자들이 최근 들어 정책과 관련해 다음 차례가 무엇인지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다음 두 차례 FOMC 회의에서 0.5%포인트씩 금리 인상에 나설 것임을 언급하면서도 이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60일, 90일 앞서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는 것이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경제와 전세계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다”며 “따라서 우리는 지표를 보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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