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이 마지막 大魚인가" 컬리·쏘카, IPO 흥행 여부에 촉각

노자운 기자 2022. 5. 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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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토어·태림페이퍼도 '상장 철회'
4조 몸값에 보통주 투자 받은 컬리, 공모가 책정 쉽지 않을 듯

9~10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낸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가 공모를 철회했다. 원스토어는 공모가를 대폭 낮춰 막판까지 상장 강행을 추진했으나 결국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높은 기업가치와 구주매출 비중 때문에 논란이 됐던 태림페이퍼 역시 장고 끝에 상장을 포기하기로 했다.

올 들어 현대엔지니어링·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까지 이른바 ‘대어(大魚)’들이 상장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IPO 시장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자칫하면 연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대어’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특히 상장 일정을 진행 중인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와 차량 공유 업체 쏘카의 IPO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두 회사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각각 6조원 이상,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이 증시 불황에 시장 참여자들의 선택을 받아 IPO를 완주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켓컬리의 친환경 포장재 '컬리 퍼플 박스'./컬리 제공

11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원스토어는 이날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범위(3만4300~4만1700원)의 하단보다 낮은 2만7000원으로 잠정 결정하고 상장 강행을 추진하다 막판에 방향을 틀며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투자자(FI)인 SKS PE와 키움캐피탈이 주당 2만5185원에 투자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태림페이퍼는 공모가 밴드를 1만9000~2만2000원으로 제시했는데, 비교기업으로 고른 대영포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1.1배에 달해 ‘몸값 고평가’ 논란이 나온 바 있다. 40%에 육박하는 구주매출 비중도 태림페이퍼의 투자 매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은 현재 상장 절차를 진행 중인 컬리와 쏘카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컬리는 기업가치가 최소 6조원에서 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올해 상장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은 물론 인터넷 플랫폼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컬리의 IPO 성공 여부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컬리는 당초 이달 안에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아직 보완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아 이달 중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내부 사정에 밝은 증권 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상장 예심 통과일은 빨라야 이달 30일이 될텐데,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거래소에서는 변동성이 높은 증시 환경을 고려해 컬리의 재무 사정 및 성장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커머스 플랫폼 업체 쿠팡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63%나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630억달러)와 비교해 70% 줄었다. 우리 증시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13% 넘게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및 양적 긴축, 인플레이션, 중국 봉쇄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경색된 상태다.

컬리에 앞서 지난달 상장 예심을 통과한 쏘카는 몸값 산정 및 증권신고서 제출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회사 측에서는 2~3조원의 기업가치를 고려하고 있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몸값을 보수적으로 조정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쓱(SSG)닷컴의 경우 상장 예심 청구를 미루고 상황을 좀더 지켜보기로 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쓱닷컴이 빠르면 4월 중 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쏘카를 통해 렌트할 수 있는 피아트 '친퀘첸토'. /쏘카 제공

IB 업계에서는 상장에 나서기 전 프리(pre)IPO 투자를 받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M&A)된 기업이 몸값 산정에 특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프리IPO나 M&A 기준 가격이 공모가의 하한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적 투자자(FI)나 인수 주체 입장에서는 회사가 프리IPO나 M&A 당시와 비교해 어느 정도 높은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수준)을 제시하지 않으면 상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문제는 지난해까지 계속된 증시 활황과 스타트업의 몸값 급등 속에서 높은 기업가치에 프리IPO 투자를 받은 회사가 많다는 점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 받으며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로부터 25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 때문에 컬리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5조원 이상의 기업가치에 상장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특히 컬리는 앵커에 보통주로 투자 받았기 때문에 몸값 산정에 대한 리스크가 더 크다. 만약 앵커가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투자했다면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통해 주식 수를 늘림으로써 상장 기준 밸류에이션의 하향 조정을 용인했겠지만, 리픽싱 조건이 없는 보통주로 투자한 만큼 앵커가 기대한 밸류에이션보다 공모가를 낮춰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프리IPO나 시리즈F 같은 상장 직전 단계에서 보통주로 투자 받은 기업이라면 최근에 인정 받은 높은 몸값에 맞춰서 비싼 공모가에 상장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올해와 같은 증시 불황에 기관 수요예측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연내 상장 예심이나 공모 청약을 철회하는 회사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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