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휘청대는데..마블만 관객 '싹쓸이'

김유태 2022. 5. 1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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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여 코로나 기간에
국내 작품 줄줄이 개봉 미룰때
마블作 2000만명 흥행대박
'스파이더맨' '이터널스'부터
최근 '닥터 스트레인지'까지
수백만 돌파 진기록 행진
6월 개봉 '브로커' '범죄도시2'
칸 진출 '헤어질 결심'까지
한국영화 구원투수될까
코로나19가 휩쓸었던 지난 2년간 해외영화와 한국영화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영시간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극장에서의 취식 금지 등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전반적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는 세 편 연속 흥행에 성공하는 '스리 홈런'을 달성했고, 그에 비해 한국영화는 전반적으로 흥행에 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5월부터 줄줄이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가 해외영화에 대적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11일 영화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1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국내 극장 상영작 중 관객수 상위 10편 중 4편이 마블 스튜디오 영화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블 스튜디오 영화인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이터널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등 3편이 모두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마블 스튜디오는 미국의 영화 제작사이자 월트 디즈니의 자회사다.

무엇보다 작년 12월 중순 개봉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색할 정도로 스크린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다. 최종 관객 755만명을 달성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최고 흥행작으로 기록돼 '전염병 공포와 무관한 흥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기 때문이다. 신분 노출로 위기에 빠진 고교생 피터 파커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 영화는, 역대 스파이더맨을 한 자리에 모으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극장업계 예상 관객수를 웃돌았다. 특히 이 영화는 국내에서만 751억원을 거둬들여 압도적 1위를 달성했다.

기세를 몰아 현재 극장에 걸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지난 2~3일 관객수 400만명 돌파가 유력하다. '스파이더맨'에서 스트레인지 박사가 보여준 시공간을 뒤흔드는 마법이 이 영화에서 더 두드러지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어서다. 영화는 개봉 7일 만에 관객수 381만명(10일 기준)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한국 배우 마동석과 앤젤리나 졸리가 우정을 나누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은 마블 영화 '이터널스'도 관객수 305만명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배우 스칼릿 조핸슨이 여성 히어로로 나온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는 296만명이었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174만명)까지 합산하면 마블 스튜디오 영화는 6개 작품으로 관객 1911만명을 모은 셈이 된다.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흥행 성적에 따라 2000만명 돌파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영화 중에서도 400만명 이상 관객을 모을 정도의 흥행작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병헌·이성민·곽도원·이희준 주연의 '남산의 부장들'은 475만명 관객을 모아 2위였다. 황정민·이정재·박정민 주연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도 435만명, '반도'는 381만명이었다.

다만 '남산의 부장들'은 개봉 일자가 2020년 1월 22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본격 확산하기 전의 성적이다. 상위 10개 작품 중 흥행작 9위로 기록된 영화 '히트맨'도 같은 기간 개봉해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작품이었다. 전염병 속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모가디슈'(361만명) 정도로 집계된다.

한 영화평론가는 "마블 스튜디오 영화 마니아들은 신작 영화를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아닌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거대한 화면과 음향이 주는 몰입감에 따르는 충격이 남다르기 때문"이라며 "반면 한국영화는 코로나19로 인해 넷플릭스 등 OTT로 보면 된다는 인식이 역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마블 등 해외영화 선전이 두드러진 까닭은 거대한 자본력 덕분이기도 하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영화는 국내에서 먼저 개봉한 뒤 흥행 여부에 따라 해외에 판권이 수출되는데, 해외 영화 제작·배급사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봉한다. 거대 자본을 발판으로 공격적으로 마케팅해 왔는데 실패하면 재기의 여지가 없는 한국영화와 다른 점이 바로 그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매트릭스 : 리저렉션' 등 전작의 탄탄한 세계관에도 일반 관객을 끌지 못한 영화는 흥행에 참패하는 굴욕도 맛봤다.

현재 개봉 일자를 조율하는 한국영화는 많게는 100편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극장 취식이 가능해지고 상영시간 규제가 풀리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 늘어나면서 한국영화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5월부터 줄줄이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양극화된 해외·한국영화 분위기를 반전시킬지 주목된다.

당장 포문은 이달 18일 개봉하는 '범죄도시2'가 연다. 코로나19 이후 대작의 본격적인 개봉이다.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브로커'가 오는 6월 8일, 역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6월 29일 스크린에 공개된다. 또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으로 상영되는 배우 이정재의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 '헌트'도 올해 여름 중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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