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늘어난 가계대출..LTV완화·임대차3법 기름붓나

이경남 2022. 5. 1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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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은행 대출영업 확대에 증가세 전환
LTV완화·임대차3법 시행 2년 겹치며 급증 전망

지난 4월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의 정책 공조로 인해 1분기 내내 줄어들었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감소세를 보인지 5개월 만이다.

가계대출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은행들이 4월들어 대출영업을 본격화 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완화와 함께 임대차 3법 시행 2년이 다가오면서 주택관련대출이 폭증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가계부채, 다시 증가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000억원으로 지난 3월에 비해 1조2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꾸준히 줄어들었지만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은행권 가계대출은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의 정책공조로 인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의 경우 금융당국의 가계부채총량관리로 은행들이 대출취급을 중단한데다가 연말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어 올해 1월부터는 2억원 이상 대출시 차주별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한 영향에 대출의 문턱이 한 턱 높아지면서 이같은 추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00%으로 끌어올린 이후 지난해 1월과 지난달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 1.50%수준으로 안착시켰다. 자연스럽게 지난해보다 대출 금리가 빠르게 인상되면서 대출차주들이 대출을 빌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하지만 4월 들어서는 가계부채 총량관리가 느슨해지고 1분기 사실상 대출영업에 소극적이었던 은행들이 적극적인 대출영업을 시작하면서 가계대출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차주들의 접근성이 낮아지자 지난해 삭제했던 우대금리를 부활시켜 금리 접근성을 끌어올렸다. 대출 가능 한도를 다시 '억' 단위로 인상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한국은행 관계자 역시 "지난 3월 이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대출한도 증액 등 영업을 강화한 영향에 지난해 12월 이래 위축됐던 가계대출 추세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앞으로 더 오른다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은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증가세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장 DSR규제는 현재 2억원 이상 대출시 적용되지만 오는 7월부터는 1억원 이상 대출시 적용된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 억제, 미국과의 금리 역전 차이로 인한 외국인 자금유출,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증가를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는 주택관련대출이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옥죄어 왔던 LTV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정부는 이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검토중이다. 

구체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가구에게는 LTV를 80%까지 완화하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이 아니더라도 LTV를 일괄 7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내놨다.

아울러 DSR 산출시에도 현재 소득이 아닌 미래소득까지 반영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한다는 내용도 내놨다. DSR은 연간 대출 원리금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연간소득에 미래소득을 반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두 방안이 마련돼 시행되면 주택매매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주택담보대출 대출규제 완화에 더해 문재인 정권 시절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내놨던 임대차 3법도 부메랑이 돼 돌아와 주택관련대출 증가세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 3법은 지난 2020년 7월 31일 시행됐다. 핵심은 전세 계약을 2+2년을 보장하며 계약갱신시 전세 상한금액을 5%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당시 세입자들은 2년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세금을 올려주더라도 5%이내만 올려주면 됐기 때문에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문제는 다시 계약갱신시점이 돌아오는 시점에는 이같은 청구권을 요청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현재 전세 시세만큼 전세값을 올려줘야 하지만 현재 전세가격은 크게 상승한 상태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역시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변화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택전세가격은 2020년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으며 2021년에는 연간 9.4% 상승하면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3294만원으로 조사됐다. 임대차 3법 시행 전인 2020년 7월말 4억6458만원에 비해 36.2%나 상승했다. 단적인 예로 임대차 3법이 시행된 직후 계약을 갱신했더라면 전셋값을 2300만원 가량만 올려줘도 됐는데 8월 다시 계약을 갱신하려면 1억5천만원 가량을 더 올려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의 계약 청구권이 종료되는 시점에 전세대출 수요가 크게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세대출의 경우 DSR산출시에도 포함되지 않고 은행들 역시 전세대출 한도에 대한 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TV규제완화가 곧장 추진된다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수요가 하반기 들어 늘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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