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패할라..'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선언한 바이든
치솟는 물가 잡아야 정치적 안정 가능
비판 감수하면서 대중 관세 완화 검토
비축유 방출과 함께 초강력 정책 평가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인플레이션이 최우선 과제”라고 공언했다. 중간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역대급’ 물가 급등에 따른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對)중국 관세 완화 추진 의지까지 시사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 물가를 조금이나마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태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못지않게 비판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언한 셈이다.
바이든 “인플레가 최우선 과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이 물가 상승으로 느끼는 고통을 이해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문제가 자신의 국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공급망 대란을 완화하고 가격 폭리를 단속하고 전략비축유를 방출함으로써 물가를 낮추려 하고 있다”며 “모든 미국인들이 내가 인플레이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에도 미국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6% 상승했다. 1982년 1월(6.9%) 이후 40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를 보면, 4월 기준 추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3%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게 형성돼 있다는 건 물가가 쉽게 잡힐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예컨대 휘발유 가격은 역대 최고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값은 1갤런(3.8ℓ)당 4.374달러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렇게 인플레이션을 강조한 건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CNN이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미국인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제가 어느 정도 좋다”고 답한 응답자는 23%에 그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1%였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패할 경우 그의 국정 동력, 민주당 내 영향력 등은 한꺼번에 타격 받을 수 있다.
그는 이를 의식한듯 물가 안정을 담당하는 연방준비제도(Fed)를 두고 “연준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추후 몇 차례 또 빅스텝에 나설 게 유력하다.
대중 관세완화 카드까지 만지작
그는 특히 일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고율의 관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당시인 2018년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2200여개에 달하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로 인해 뛰고 있는 수입물가를 낮추겠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복안이다. 그의 대중국 기조가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이나 적대적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무역 전쟁이 완화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까지 최근 블룸버그에 나와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나 이는 중국을 겨냥한 장기적인 패권전쟁 목표를 희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를 두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때도 중장기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관세 완화에 대해)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면서도 “무엇이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가 공식석상에서 거론한 만큼 긍정 검토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미국은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유가를 잡기 위해 향후 6개월간 역대 최대인 하루 1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를 풀기로 했다. 대중 관세 완화만큼이나 강력한 카드다. 결과적으로 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대에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대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는 엿볼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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