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제로 코로나 지속 불가능, 중국 전략 바꿀때"..중 연구진 "통제 없애면 150만명 사망"
[경향신문]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이 고수하고 있는 ‘제로(0) 코로나’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방역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19를 지금처럼 통제하지 않으면 ‘감염 쓰나미’가 몰려와 150만명 이상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는 등 당장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바이러스의 양태와 지금 우리가 미래에 예상하는 것을 고려할 때 그것이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중국 전문가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고 그런 접근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표시했다”면서 “다른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바이러스와 싸울 더 좋은 수단이 있다며 거듭 중국의 전략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 안팎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WHO가 공개적으로 방역 정책의 전환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상대적으로 증상이 경미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출연 이후 세계 각국이 단계적으로 방역을 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으로서도 고민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강력한 봉쇄 정책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이 큰 걱정거리다. 쉬젠궈(徐建國)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최근 한 행사에서 “올 들어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활동에 차질을 빚은 인구가 1억6000만명에 달하고 경제 피해액은 18조위안(약 3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년 전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당시 1300만명이 경제 활동에 차질을 빚으며 1조7000억위안의 경제 피해가 발생했던 것을 감안할 때 올해 심각성은 10배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또 “봉쇄와 대량 검사, 격리에 의존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서비스와 소매업, 생산, 물류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5.5%는 물론 2020년(2.3%)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백신의 효과와 노년층의 낮은 접종률, 열악한 의료 시스템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중국 푸단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한 미국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 결과를 통해 중국이 코로나19 통제를 없애면 5∼7월 ‘감염 쓰나미’가 일어나 1억1200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60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150만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의료 체계의 부담을 줄이고 사망률을 낮추려면 노령층의 백신 접종률을 97%까지 끌어올리고 장기적으로 중환자 치료 능력을 강화하며 새로운 고효능의 백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국 정부는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인사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대하길 희망한다”며 “사실에 대해 더 많이 파악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전체적인 방침은 중국에 가장 적합한 방역 정책”이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건 중국 정부와 국민은 코로나19 방역전에서 승리할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의 해당 발언은 WHO의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 계정에 올라왔다가 바로 삭제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중국의 또 다른 소셜미디어 위챗은 해당 발언을 전하는 WHO 게시글의 공유를 금지했다.
중국 지도부는 앞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지난 5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중국은 인구와 노령자가 많고 지역간 발전이 불균형하며 의료자원도 부족하다”면서 “느슨하게 통제하면 대규모 감염과 많은 중증환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당 중앙이 결정한 방역 정책을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흔들림 없이 제로 코로나 방침을 견지하고 방역 정책을 왜곡·의심하거나 부정하는 일체의 언행과 단호히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40일 넘게 도시 봉쇄가 진행 중인 중국 상하이에서는 이날 하루 신규 감염자 수가 1487명으로 지난 3월24일 이후 처음 1000명대로 떨어졌다. 베이징의 신규 감염자 수도 37명으로 전날(74명)보다는 크게 줄어들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군 대령, ‘딸뻘’ 소위 강간미수···“유혹당했다” 2차 가해
-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처벌 가능한가?
- [스경X이슈] ‘흑백요리사’ 출연진, 연이은 사생활 폭로…빚투→여성편력까지
- 윤 “김영선 해줘라”…다른 통화선 명태균 “지 마누라가 ‘오빠, 대통령 자격 있어?’ 그러는
- [단독]“가장 경쟁력 있었다”는 김영선···공관위 관계자 “이런 사람들 의원 되나 생각”
- [단독] ‘응급실 뺑뺑이’ 당한 유족, 정부엔 ‘전화 뺑뺑이’ 당했다
- 윤 대통령 “김영선이 좀 해줘라 그랬다” 공천개입 정황 육성…노무현 땐 탄핵소추
- [단독] 윤 대통령 “공관위서 들고 와” 멘트에 윤상현 “나는 들고 간 적 없다” 부인
- [단독]새마을지도자 자녀 100명 ‘소개팅’에 수천만원 예산 편성한 구미시[지자체는 중매 중]
- “선수들 생각, 다르지 않았다”···안세영 손 100% 들어준 문체부, 협회엔 김택규 회장 해임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