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차관, 핵공격 배제 않고 "사용 조건은 명백"

신기섭 2022. 5. 1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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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무차관이 1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선제적 핵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핵무기 사용 조건은 군 교범에 명백하게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가 거론한 공식 군사교리는 러시아가 핵무기 공격 또는 대량 살상 무기 공격을 당하거나 러시아 국가가 재래식 무기에 의해 존립을 위협받게 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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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교범은 다른 해석 제시하지 않는다"
국가 존립 위협 등의 조건, 푸틴 언급과 유사
미 CIA 국장도 "핵공격 가능성 무시 말아야"
러시아 관리들이 잇따라 핵전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국가방위통제센터를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차관이 1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선제적 핵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핵무기 사용 조건은 군 교범에 명백하게 나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관리들은 자국이 핵전쟁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핵전쟁 가능성을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외무차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선제적 핵공격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군사교리를 갖고 있다. 여기에 모든 것이 명백하게 적혀 있다. 이는 다른 해석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그가 거론한 공식 군사교리는 러시아가 핵무기 공격 또는 대량 살상 무기 공격을 당하거나 러시아 국가가 재래식 무기에 의해 존립을 위협받게 되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지난 2020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러시아연방의 핵억제 정책에 관한 기본 원칙’이라는 대통령령은 좀 더 상세하게 핵무기 사용 조건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령은 핵무기를 “전적인 억제 수단”으로 규정하며 4가지 사용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적군이 러시아 영토 또는 동맹국에 핵무기나 대량 살상 무기 공격을 할 경우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 또 러시아나 동맹국을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입수한 경우, 러시아의 핵심 정부·군사 시설이 공격을 당해 핵전력 대응 행동이 약화될 경우,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로 공격을 당해 존립을 위협받는 경우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핵무기 사용 결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미국 주간 <뉴스위크>는 이런 4가지 조건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적대 행위를 비난하면서 발언한 것과 아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와 관련된 대국민 연설에서 “무책임한 서방 정치인들이 여러 해 동안 꾸준히 무례하고 인정사정없이 조장한 근본적인 위협”에 대해 거론한 바 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이 러시아로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세계가 핵전쟁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핵전쟁 위험은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난 7일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할 위험을 서방이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현시점에서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 전개 또는 사용을 계획하고 있다는 실제적인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9일 2차 세계대전 전승절 기념 공군 퍼레이드 예행연습에서 핵전쟁이 났을 때 사용되는 공중 지휘통제기 일류신 IL-80을 등장시킨 바 있다. 흔히 ‘심판의 날’ 항공기로 불리는 이 지휘통제기는 당일 공군 퍼레이드가 취소되면서 공식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예행연습에 등장한 것 자체도 서방에 대한 경고라고 <뉴스위크>는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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