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유럽 전략적 자율성 지켜야"..마크롱 등 잇따라 접촉하며 미국 견제
[경향신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정상들을 잇따라 접촉하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과 독자적인 안보 체재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강화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안보 협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다.
시 주석은 지난 10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집단 대결이 형성돼 글로벌 안보 안정에 더 크고 지속적인 위협을 야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11일 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줄곧 우리의 방식으로 화해와 대화를 촉구했고, 유럽 국가들이 유럽의 안전을 수중에 넣는 것을 지지했다”면서 “프랑스가 전략적 자율성을 견지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대해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은 독립·자주 전략을 견지하며 집단 대결을 찬성하지도 참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시 주석은 전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화상 회담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숄츠 총리에게 “중국과 유럽 관계는 대립하거나 의존하지 않으며 제3자에 종속되지도 않는다”면서 “중국은 EU의 전략적 자주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유럽 안보는 유럽인의 수중에 장악돼야 한다”며 “중국은 유럽이 궁긍적으로 균형있고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한 유럽 안보 틀을 구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 주요국 정상과 접촉면을 넓히며 계속해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 직후 축하 전화를 했을 때도 “중국과 프랑스는 모두 독립성과 자율성의 전통을 가진 위대한 나라”라며 “독립성과 상호이해, 상호이익과 윈윈에 기반한 중국과 프랑스 관계를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었다. 두 정상이 보름만에 다시 통화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 주석 입장에서는 EU 순회 의장국 수장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퇴임 이후 EU의 주요 지도자로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마크롱 대통령이 미·중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추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중 갈등 속에서 유럽과의 관계를 관리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이 미국 쪽에 더욱 기우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며 미국과 같은 입장에 서서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에 대해 경고해 왔다. 리서치업체 로디움그룹의 유럽·중국 전문가인 노아 바킨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에 “중국은 유럽인들 자신보다 더 강력히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EU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로 안보 문제에 대한 조율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유럽에 미국을 버리고 자체 안보를 돌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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