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그룹 '소송 리스크' 급증.. 피소 건수 4년 만에 80% 늘어
"법조인 영입 경쟁, 리스크 관리 강화"
국내 금융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을 거느린 국내 5대 금융그룹사의 법적 분쟁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5대 금융지주 소속 기업들이 피고로 법정에 서게 된 소송은 2248건으로, 소송가액은 총 2조7439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조선비즈가 지난 2016년 12월 말부터 2021년 12월 말 기준 현재까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 관련 소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5대 금융지주 산하 연결 기업들이 피고로 계류 중인 사건은 전년보다 208건 늘어난 2248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1247건)과 비교하면 약 80.3% 늘어난 규모다.
최근 금융사를 상대로 한 소송은 증가 추세다. ▲2018년 12월 말 기준 1247건 ▲2019년 12월 말 1693건 ▲2020년 12월 말 2040건으로 매년 늘었다. 지난 2016년 말은 1277건, 2017년 말은 1297건으로 집계됐는데, 이 기간은 우리금융그룹의 지주사 출범 전이라 우리은행 측이 피고로 계류 중인 사건 수만 반영했다.
◇ 금융사는 소송 중… 피소 사건 신한 > 하나 >우리
5대금융그룹별로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재 계류 중인 피소 사건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금융(587건)이다. 그다음 하나금융(539건), 우리금융(475건), 농협금융(383건), KB금융(126건) 순이다.
신한금융그룹 산하 신한금융투자는 미래에셋증권, 우리은행, 하나은행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에 따른 1000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 작년 미래에셋증권이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올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각각 냈다.
소송가액이 330억9600만원짜리인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1심도 진행 중이다. 원고 측은 신한금융 연결사가 포함된 대주단이 돈을 빌린 차주사의 핵심자산인 석유시추선 2척을 부당 매각해 차주사의 여타 파산 채권자들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다.
KB금융지주 산하 KB증권도 1000억원대 매매대금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다. KB증권이 3200억원어치를 팔았던 ‘JB호주NDIS 일반사모투자신탁1호 펀드’가 지난 2019년 사기 사건에 휘말린 게 이 소송의 불씨다.
이 펀드는 호주 정부의 장애인 임대 아파트에 투자해 임대 이익을 얻는 사모펀드인데, 현지 사업자 LBA캐피탈이 투자금으로 다른 토지를 샀고, 그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투자자) 측은 당시 이 펀드를 판매한 KB증권이 상품설명서에 주요 사항에 대해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면서 손해 배상으로 당시 투자금 1000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농협금융지주 산하 NH투자증권의 경우, 소송가액이 1055억6500만원에 달하는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부당이득금반환 청구 소송을 비롯해 지난해에만 27건의 소송을 당해, 현재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그중 하나가 KB증권은 지난해 3월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홍콩운용사 트랜스아시아(TA)의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하는 DLS를 만들고, 이를 KB증권과 특정금전신탁 계약을 맺고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도록 했다.
계약에 따라 KB증권은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200여명의 투자자에게 1055억6500만원 규모를 판매했는데, 펀드 만기가 된 2020년 4월 투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세계 무역이 침체하면서 TA 무역금융펀드가 대출을 해준 기업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은 탓이다. 이에 KB증권은 1055억6500만원 전액을 소송으로 돌려받겠다며 NH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금융사가 규제 당국, 다른 금융사, 고객, 임직원 등에 소송을 먼저 제기하는 경우도 잇따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재 금융지주 산하 연결 기업들이 원고로 계류 중인 사건은 하나금융이 896건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 농협금융 262건, KB금융 126건으로, 총 1284건이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우 각 금융사에서 제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 법조인 영입 잇따라
금융사들의 소송 관련 비용도 늘고 있다. 금융시장 규모가 커지고 상품도 다양해지면서 분쟁이 늘어난 데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이해관계자까지 얽히면서 법적 다툼이 첨예해졌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KB금융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현재 원고 및 피고인 계류 사건의 소송가액을 다 합치면 1조1116억600만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현재 하나금융의 원고·피고 소송 가액은 9649억7700만원, 농협금융은 8471억6500만원이다.
우리금융이 현재 피고로 계류 중인 소송가액은 5785억500만원, 신한금융이 현재 피고로 있는 계류 중인 사건의 소송 가액은 4042억900만원이다.
최근 금융업계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등 영향력 있는 법률 전문가를 내부 법무팀과 사외이사로 경쟁적으로 영입하며 법적 리스크 관리망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부산고등법원장을 역임한 이강원 법무법인 다담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새 이사회 멤버로 법무법인 세종의 송수영 변호사를 영입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로는 대형 법률사무소 김앤장 출신 박수만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변호사가 활동 중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영입한 신규 사외이사 4명 중 2명이 법조인이었다. 한 명은 이용국 사외이사로, 외국계 대형 로펌 클리어리 가틀립(Cleary Gottlieb)에서 기업 인수합병(M&A) 등 회사법 자문과 자본시장 분야 파트너로 일했으며,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활동 중이다. 다른 한 명은 재일교포 법조인 배훈 변호사다. 이에 앞서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9년부터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KB금융지주에서는 2018년부터 활동 중인 정구환 사외이사가 있다. 그는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지낸 법무법인 남부제일 대표변호사로,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등의 경력도 있다. 농협금융지주에는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이종백 김앤장 변호사와 금융위원회 법무담당관과 구조개선총괄반장으로 활동한 남병호 사외이사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의 이유에 대해 “금융업 특성상 사건에 얽힌 돈 액수 자체가 큰 데다 과거보다 금융기업에 대한 제재와 책임이 강화돼 패소 시에 손실을 비롯한 타격이 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를 계기로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지난해 시행되면서 제재 수위와 관련한 규제기관과 금융사 간 법정 다툼이나 소비자의 제소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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