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잡'으론 부족 ..'N잡'으로 삶을 충만하게

나윤석 기자 2022. 5. 11. 10: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단체 와이퍼스의 대표 황승용(왼쪽) 씨와 한 호텔 벽화를 그리고 있는 박연(오른쪽 위) 씨,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 오애진(오른쪽 아래) 씨. 이들이 쓴 책은 꿈과 이상을 위해 본업과 부업을 넘나드는 N잡러의 삶을 보여준다. 더숲·세미콜론·오애진 씨 제공

■ ‘N잡러’ 열풍에 출간도 열풍

- 의미 찾기 ‘지구 닦는 황 대리’

황승용 씨 ‘플로깅’ 단체 만들어

환경 돌보며 진정한 행복감 만끽

- 재미 추구 ‘삽질하면 어때’

디자인·벽화·비건 음식점까지

박연 씨 “다양한 도전 성장발판”

- 수익 창출 ‘나는 아끼는 대신…’

SNS로 전세대출금 갚은 블로거

오애진 씨 “더 벌어 원하는 삶을”

“환경에 관심을 갖고 ‘행동’하게 된 이후 삶이 ‘새로 고침’ 됐다.”(황승용, ‘지구 닦는 황 대리’)

“주체적으로 살려면 최대한 많은 것을 시도해야 한다. 코피 터지게 달려보자.”(박연, ‘삽질하면 어때’)

“경제력이 곧 자신감이다. 돈 버는 N잡러가 되자.”(율마, ‘나는 아끼는 대신 더 벌기로 했다’)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갖는 ‘N잡’이 라이프 트렌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미해진 시대, N잡러들은 한곳에 얽매이길 거부하며 각자 꿈을 실현한다. 승진만 보고 내달리는 보통 직장인의 삶에서 한발 떨어진 N잡 열풍의 중심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있다. 때마침 1980∼1990년대에 태어난 2030세대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는 N잡 라이프를 기록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의미’를 좇으며 세상을 바꾸겠다는 이부터 신나는 삶, 풍족한 경제적 여유가 목표라는 이까지 다양하다. 재미와 의미, 돈이라는 키워드로 신세대 N잡러의 3색(色) 풍경을 들여다봤다.

◇“지구를 닦는 시간은 나를 닦는 시간”…쓰레기 줍는 황 대리

지난달 나온 ‘지구 닦는 황 대리’(더숲)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일하는 9년 차 직장인의 친환경 라이프를 담았다. 저자 황승용 씨는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단체 와이퍼스(WIPERTH)의 대표이기도 하다. 월급날만 기다리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황 대리’의 변신은 드라마틱하다. 시작은 ‘월급 이외의 용돈을 벌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상금 100만 원을 내건 국제환경기구의 수필 공모전에 혹한 그는 자료조사를 하다 충격적인 화면을 만났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끼여 피를 흘리는 바다거북이 영상이었다. 뒤통수를 맞은 듯 머리가 얼얼해진 그는 작은 변화부터 실천했다. 채식으로 식단을 바꿨고, 주방엔 천연 수세미와 다회용 랩을 들여놨다. 산책과 마라톤을 하며 페트병·담배꽁초·비닐을 주웠다. 홀로 시작한 플로깅에 사람들이 하나둘 동참하며 2년 만에 회원 500명의 어엿한 환경단체 대표가 됐다. 황 대표는 채식과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활동)를 통해 한 달에 50만 원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으나 이보다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와이퍼스의 활동은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있다는 것, 플로깅보다 중요한 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의미’를 좇다 보니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감각도 따라왔다. “환경에 진심인 내가 될수록 진정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지구를 닦는 시간은 곧 나를 닦는 시간이었다.”

◇“삽질은 도전의 징표”…프리랜서 아티스트 박연

‘삽질하면 어때’(세미콜론)의 저자 박연은 의미와 재미를 함께 추구하는 N잡러다. 1991년생인 그는 뉴욕과 베를린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수제 막걸리 회사와 북스테이 호텔의 로고 디자인을 맡았으며 틈틈이 벽화 페인팅도 한다. 몇 년 전엔 비건을 위한 사찰 음식점을 창업했다. 유명 광고인 박웅현의 외동딸인 그는 “인생은 재미만 좇기엔 허탈하고, 의미만 찾기엔 피곤하다”며 “삶을 ‘불태우는’ 동력은 7 대 3으로 조합된 재미와 의미”라고 말한다. “내가 뭘 하는 사람인지는 간략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명백한 사실은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 ‘업’을 확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일은 재밌어야 하고, 돈도 벌 수 있어야 하고, 성장에도 도움이 돼야만 한다.” ‘번거로울 번(煩)’을 쓰는 아티스트명 ‘연번’은 이런 철학을 담고 있다. 번거로워도 재밌으면 도전하고, 아닌 것 같으면 재빨리 그만두고 또 다른 번거로움을 찾아 나서면 된다는 것이다. 그에게 ‘삽질’은 별 성과 없는 헛된 일이 아니라 도전의 징표이자 성장의 발판이다. 물론 삽질에도 원칙은 있다. 박연은 일을 처음 도모할 때는 ‘Why not?’, 한창 진행할 때는 ‘why?’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Why not?’이 남들의 시선과 상관없이 스스로 좋아하는 일인지 확인하는 물음이라면, ‘Why?’는 벌여놓은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점검하는 물음이다. 박연은 “10년 뒤 무슨 일을 할지는 몰라도 반복된 자문자답을 통해 꿈과 이상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끼지 말고 더 벌자”…수익형 블로거 율마

워킹맘이자 파워 블로거인 율마(본명 오애진)의 ‘나는 아끼는 대신 더 벌기로 했다’(경이로움)는 N잡으로 안정된 수익을 얻는 2030세대를 보여준다. 13년 차 건축 시공 기술자인 율마는 하루 평균 방문자 1만 명을 거느린 육아 블로그 인플루언서다. 그는 SNS 활동으로 전세대출 자금을 갚은 경험을 전하며 “경제력이 곧 자신감”이라고 말한다. “회사 생활이 끝난다고 생각해도 예전보다 걱정되지 않는다. 가정주부는 물론 워킹맘들이 별도의 수입원을 통해 ‘아끼는 삶’이 아니라 ‘더 벌어서 원하는 만큼 쓰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조언한다. 블로그 운영에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실행력과 성실함이 필수 요건이라고 꼽는다. 그는 “블로그를 통한 ‘N잡 재테크’에 대한 책을 대충 훑어보고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끝내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또 “처음부터 목표를 높게 잡으면 지치기 쉬우니 일주일에 두세 번 이상 포스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보라”며 “꾸준하게 할 자신이 없으면 시작하지 않는 게 시간을 아끼는 길”이라고 충고한다. 지난달 출간된 책은 ‘N잡러 열풍’을 반영하듯 2주 만에 3000부가 팔리고 2쇄를 찍었다.

나윤석·이정우 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