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요리사 홍신애, 식당 망하고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사장의 맛]

박은주 에디터 겸 에버그린콘텐츠부장 2022. 5. 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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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겸 연구가 '홍신애'의 파란만장 창업기
식당 오픈 때마다 트렌드 선도했지만 수익성은 글쎄
"저는 식당업계 스타트업이라 생각해요" #사장의맛
홍신애(46)씨는 ‘올리브쇼’ ‘수요미식회’ 등 TV 출연자로 낯익은 사람이다. 원래 음대 출신 요리 블로거, 요리 강사였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5년전부터 식당을 여럿 열었다. 트렌드를 앞서가는 화제성 높은 식당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남은 건 학동역 근처 레스토랑 솔트(Salt) 2호점이 유일하다.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 솔트2호점 앞에 선 홍신애 사장. 한국에서 나는 재료로 이탈리안 가정식을 만든다는 목표로 열었다. 창업 초기 손님이 두명이었던 시절을 겪고, 이제 안정적 궤도에 올라섰다. /김지호기자

그는 ‘성공 신화’의 주인공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를 ‘사장의 맛’에 소개하는 이유는 그의 실패담이 ‘취향으로 돈 버는 길’이 얼마나 험한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행복해보였기 때문이다. 돈 잘 못버는 사장도 행복하다는 걸 보여주는 홍신애 사장의 스토리.

-하는 일이 많은데, 제1 직업은 무엇인가요?

“요리사요. 많은 분들은 TV에 나오는 사람, 잘 먹는 여자 이렇게 많이 알고 계시죠.”

-식당업에는 어떻게 진출했나요?

“1999년 결혼해서, 미국에 살며 주부 사이트 ‘미시USA’에 요리 글을 쓰며 이름이 알려졌어요. 2006년 한국에 나와 ‘맛 없으면 신고하세요’라는 레시피 책을 내고, 소규모 ‘쿠킹 클래스’도 열었어요. 반응이 좋았어요. 내친 김에 압구정 로데오에서 점포를 얻어, 한쪽은 쿠킹 클래스 교실, 한쪽은 유기농 카페 ‘나인 스파이스’를 열었어요. ‘카페 로망’에 겁 없이 창업했죠.”

-장사는 어땠나요?

“지금은 쿠킹클래스+카페, 유기농 카페가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낯설었어요. 좋은 재료를 고집했는데, 당연히 너무 비쌌죠. 주 고객이 부모님과 부모님 지인들이었어요. 장사를 2년 만에 접으니 억대 손해가 났어요.”

◇갓 도정한 쌀맛을 보여주는 식당, 대박나다

홍신애씨는 다시 ‘본업’ 쿠킹 클래스로 돌아갔다. 수강생이 많았지만, 돈을 벌지는 못했다. 수강료를 비싸게 받거나, 냄비 그릇 등 용품을 팔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해결책을 찾았나요?

“친한 동생이 깔끔하게 장사를 하자고 했어요. 제가 요리만 하면,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하겠다고요.”

동업으로 2013년 신사동 가로수길에 ‘쌀가게 바이 홍신애’를 엽니다.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고, 불고기, 조림 등 반찬을 소반형식으로 내는 식당이었습니다.

-그 때 많은 화제가 됐었죠.

“우리나라는 밥이 주식인데 식당에서 아침에 한 밥을 온장고에 넣었다 주는 게 싫었어요. 갓 도정한 쌀로 지은 밥이 맛있다는 건 누구나 알거든요. 주방과 홀이 작아 하루에 100인분 밖에 못파는데, 점심에 장사가 끝난 적도 많았어요.”

-하루에 100만원을 버는 게 최대치였네요.

“그렇게 줄 설 것까지는 없었는데… 줄 서는 분들 위해 도정기를 갖다뒀고, 얇은 ‘월간 홍신애’, 얼굴팩용으로 쌀겨(미강)도 제공했어요. 5000원짜리 두부강정이나 봉지쌀도 팔고. 하루 매출이 20만~30만원씩 추가됐어요. 장사가 이런 거구나 몸으로 배웠어요.”

-그런데 그 가게는 왜 접었나요?

“후배랑 싸웠어요.”

-돈 문제였나요?

“하루 100만원 벌어서는 재료비와 인건비 빼면 남는 게 없었어요. 저와 후배는 월급도 책정을 안했구요. 경제적 보상이 낮으니 지쳤고, 서로에 대한 불만이 커졌어요.”

-내가 더 고생한다, 이런 갈등이었겠네요?

“요리 빼고는 브랜딩, 마케팅 기획과 실행을 후배가 다 했어요. 나중에 혼자 하면서 깨달았어요. 그 후배가 정말 똑똑하고, 많은 일을 잘 했었구나.”

두 사람은 이후 절연했다. 홍씨는 “지금도 그 후배를 찾고 싶다”고 했다.

이듬해 홍신애는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이유식집 ‘어린이 쌀가게’를 열었다. 쌀, 고기, 야채까지 모두 손님이 지정하는 재료로 이유식을 만드는 컨셉이었다.

건물주를 잘 만나는 것도 창업자에게는 큰 복이다. TV에서 얼굴을 알린 덕을 봤다. 솔트레스토랑 2호점 2층은 요리강습을 위한 쿠킹클래스 교실로 쓴다. /김지호기자

◇최고 재료로 바로 만든 이유식, 그런데 사장은 울었다

-요즘 잘 나가는 컨셉이잖아요.

“100g짜리 3개에 2만원이었는데도 이유식은 잘 팔렸어요. 재료가 좋으니 비쌌죠. 파는 사람도 남는 건 별로 없고. 이익은 함께 파는 어른용 반찬에서 내야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안됐어요. 아기 것 비싼 거 사는 손님들도 어른용은 백화점 슈퍼에서 만원에 3개씩 파는 걸 사가시더라고요. 1년 만에 철수했어요.”

-솔트 레스토랑이 10주년인데, 정말 오래 하신 겁니다.

“솔트는 2012년에 다른 후배가 만든 와인을 주 컨셉으로 처음 만들었어요. 제가 2013년에 조인하고, 다음해 제가 지분을 다 인수했어요. 1호점은 8년 만인 지난 2020년 9월에 닫았어요. 코로나로 운영이 어려워서요. 2호점을 2019년에 열고 지금까지 왔으니 3년이네요.”

‘솔트’는 건물 구조, 인테리어, 메뉴가 ‘이태리 가정식 파는 식당’이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홍선생이 건물주인가보네요. 전체 분위기를 보니까요.

“아니요. 제가 수요미식회에 나올 때 좋게 봤다고, 건물주가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원래 고깃집 자리였는데 새 건물주가 매입해 제 식당 컨셉에 맞게 리모델링까지 해줬어요. 제가 ‘장사를 잘 못해서 임대료를 비싸게 못낸다’ 말씀드렸더니 임대료도 저렴하게 해주셨어요.”

◇좋은 재료 쓰는 식당의 괴로움

- ‘월간 홍신애’ 지난 겨울판에는 제주버섯리조토, 겨울배추구이, 섭스튜가 소개됐네요. 올 봄 메뉴는 푸른닭 청계가 낳은 계란을 쓴 프리타타, 제주표고버터를 곁들린 샤퀴테리 플래터 등이네요. 식당 컨셉이 정확히 뭔가요?

“제가 산지(産地) 돌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지역 농산물을 쓰고, 새로운 재료가 들어오면 메뉴도 바로 바꿔요. 매달 메뉴를 바꾸는데, 때로는 매주, 매일 바꾸기도 합니다.”

-임대료 싸고 식당 주인 유명하고, 처음부터 돈을 벌었겠습니다.

“메뉴도, 그릇도 정말 잘 차린 집밥처럼 했어요. 할머니, 어머니가 쓰던 빈티지 그릇을 썼는데, 손님들이 무슨 식당 그릇이 세트가 아니냐고 했어요. 지금이야 트렌드지만. 처음 6개월 간 손님이 하루 두 명인 적도 많았어요. 불쌍하다고 와인유통하는 분들이 와서 팔아주시고요. 그래도 그 때 정말 많은 메뉴를 개발했어요.”

-매출은 언제 살아났나요?

“‘홍신애 쌀가게’가 왜 잘 됐을까 생각해보니 가격이 합리적이고 푸짐해서였더라구요. 솔트에서는 파스타 하나에 2만원이었어요. 양식이니까 조금 더 받아도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2016년쯤 샐러드, 커피를 추가해 런치 13900원 세트를 만들었어요. 역시 손님이 몰려와 막 줄을 서는 거에요.”

-좋으셨겠네요.

“아니요, 저는 사람들이 줄 서 있으면 쫄려서 요리를 못해요. 그래서 줄 서는 걸 없애고, 점심 2부제를 했어요. 세일하는 음식은 이유가 있어요, 재료 단가를 낮춰야해요. 저는 원래 재료를 그대로 썼어요. 역시나 손님은 미어터지는데 남는 게 없고 몸이 굉장히 피곤해졌죠. 1년 좀 넘게 세일하다가 원래 가격으로 되돌렸어요. 그런데도 손님이 계속 오시더라구요. 음식 값어치를 인정한 거죠.”

-지금은 돈이 좀 벌립니까.

“1000만원 이렇게 벌지는 못하지만 괜찮은 수준입니다. 생각해보면,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장사란 무엇인가 공부하는 중인 것 같아요.”

◇‘엄마가 담근 김치’ 는 안팔린다?

-이제 대부분 김치를 사먹는 시대입니다. 일찌감치 이런 사업 하셨죠?

“2015년쯤 배민프레시에서 제가 쌀가게 식당에서 내놓던 이북식 김치를 만들어 팔자고 제안해왔어요. 600g, 1kg 단위로 팔았는데 아주 잘 팔렸어요. 배민에서 1등을 하고 김치사업으로 돈 벌 수도 있겠다 했죠. 배민프레시가 브랜드를 없애는 과정에서 제 김치가 독립하게 됐어요. 홈쇼핑까지 했는데, 망했어요.”

-또요?

“브랜딩, 패키지, 마케팅 이런 거를 모를 때였으니까요. 이제 ‘홍신애 김치’ 대표(김형규)를 따로 모셨으니 잘 되겠죠.”

-김치가 요즘 마켓컬리에서도 팔리던데, 그럼 잘된 거 아닌가요?

“저희 김치가 좀 어려워요. 김치는 담근 후 2주부터 맛있고, 3주가 됐을 때 가장 맛있어요. 그런데 대개 소비자들은 김치가 배달되면 바로 뜯어서 드세요. 그 때도 맛있어야 재구매가 되겠죠? 그런데 제 김치는 그 때 먹으면 맛이 없어요. 전통방식이라 푹 익혀서 먹어야해요.”

-다른 김치는 어떻게 맛이 있나요?

“설탕이나 덱스트린 같은 발효촉진제를 넣죠. 절대 나쁜 건 아닙니다. 제 기준에 김치는 아삭해야 찌개를 끓여도 맛있거든요. 저는 그래서 제 방식으로 만들어요.”

-배추김치 재료를 키트로 만들어, 홍신애 김치 밀키트도 팔잖습니까.

“앞으로는 ‘엄마가 담근 김치’도 사라질 것 같아서요. 김치 담그는 문화를 지키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절임배우, 김치속 같은 걸 따로 보내는데, 단가가 높아요. 배추가 좀 쳐져도 양념으로 버무리면 볼만하거든요. 근데 절임배추는 옷을 안입은 상태라 정말 비싼 배추를 써야 클레임이 없어요.”

홍신애 사장의 식당 '솔트'에서 파는 파스타, 가지구이, 손님에게 제공하는 무료잡지 '월간 홍신애'.

◇요리는 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직업

-음식을 상품화해서 시장에서 오래 파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네요.

“어마어마한 일이죠. 저는 투자를 받은 적이 없어요. 간혹 하겠다는 분들도 있는데, 계산해보면 답이 안나와요. 그 분들도 투자하는데 좀 남아야 하잖아요. 상품화하기에 너무 이상주의적인 거죠.”

-지난 15년간, 사업이 크게 흥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이 업이 너무 좋아요. 제 아들도 이 일을 했으면 좋을 정도로요.”

홍신애는 성공한 사업가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인정한다. “저는 고용을 많이 일으키지는 못해요. 제 음식을 잘 드시고 그 분들이 사회를 발전시키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걸 베껴서 다른 업체가 사업에 성공하는 것도 좋아요. 우리 먹는 문화가 발전하면, 그게 제게는 자부심이 돼요.”

자기 신념을 시장에 뿌리는 것, 그러면서 망하지는 않는 수준. 홍신애에게 ‘사장의 맛’은 그런 일인 것 같았다.

화려할 것만 같았던 홍신애 사장의 짠맛, 쓴맛 섞인 이야기 잘 보셨나요.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홍신애가 ‘사장의 맛’ 독자들에게 여러번 망하고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를 공유합니다. 13일 요일 기사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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