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해방의 날[오늘을 생각한다]

2022. 5. 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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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566일 만에 마스크 부분 해방령이 내린 5월 2일, 집을 나서는데 마음이 벅차올랐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심훈의 시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그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집단 감염과 집단 혐오, 죽은 도시처럼 텅 빈 거리, 방호복에 땀범벅이 된 필수인력들, 더 취약해진 사회적 약자들, 단절…. 요양병원의 경우 드디어 가족을 만나는 날이리라.

현관 앞에서 습관처럼 마스크를 쓰려는 스스로를 제지하고 나와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 서서 민낯을 마주하는데 얼굴이 낯설다. 새 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스크를 호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섰다. 그런데 이런! 내가 잘못 안 것인가? 인적 드문 새벽임에도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멋쩍어 턱에 마스크를 걸쳤다가 결국은 코와 입을 다시 가두고 말았다. 잠시나마 느껴보고 싶었던 해방의 기쁨을 유보한 채로…. 첫날은 어색하지만, 아마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마스크 해방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해방의 사전적 의미는 구속이나 억압 같은 것에서 벗어남이다. 그러나 어쩐지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한고비를 넘어 다른 고비를 향해 가게 될 것만 같다.

최근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2도 온난화 시나리오에서 향후 50년 동안 최소한 1만5000건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종(種)간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1만종 이상의 바이러스가 야생 포유류에 은밀히 숨죽이고 있지만, 기후 변화와 토지 사용 변화가 야생동물 사이에 바이러스 공유 기회를 높이리란 전망이다. 코로나19를 완전히 벗어나기도 전에 새로운 바이러스의 공격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도 북서부·중부와 파키스탄은 기온이 43도까지 치솟아 4월부터 122년 만의 최고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상 고온으로 히말라야산맥, 힌두쿠시산맥, 카라코람산맥 등 빙하가 녹아 홍수 위험도 우려된다. 폭염 여파로 인도의 밀 수확량이 줄며 전 세계적으로 농산물 부족 현상도 예견된다. 미국 캔자스주에는 강력한 토네이도가 마을을 덮쳐 건물 1000채 이상을 집어삼켰다. 올해는 얼마나 또 많은 재난이 발생할지 두렵다. 감염병뿐 아니라 이상기후도 우리의 뉴노멀이 됐다.

전쟁이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이론이 있을 정도로 인류는 위기를 통해 성장해왔다. 많은 사람이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며 한국이 도약할 것이라 한다. 그러나 그 도약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라면, 우리는 미래를 장밋빛으로 잘못 예측하고 있다. 감염병이 시나브로 지구촌을 잠식하는 동안 우리는 이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다행인 건 이 시기를 함께 통과한 사람들이 하나의 시대적 감정을 공유하게 됐다는 점이다. 무력감과 위기의식을 같이 나눈 우리는 코로나19 해방 이후의 시대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야 하는 소명을 안고 있다.

지현영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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