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파일] 체조협회 꼼수에 대한체육회도 당했다

권종오 기자 2022. 5. 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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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조협회(회장 한성희)의 꼼수 행정에 직속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도 꼼짝 없이 당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019년 4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총 33개월 동안 <체육청년 사회 첫 걸음 지원>이라는 사업을 실시했습니다. 산하 경기단체가 정규직 신입 직원을 채용할 경우 해당 기간 동안 총 인건비의 50%를 지원한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나머지 50%는 해당 종목단체가 부담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대한체육회가 대한체조협회에 보낸 공문을 보면 2019년도 지원 대상 인원과 지원 금액 규모가 나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019년 중 회원종목단체가 공개 채용 절차를 거쳐 채용한 정규직 신입 직원으로 한함'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계약직 직원을 채용할 경우에는 대한체육회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한체조협회가 2019년 3월 공시한 <사무처 직원(공모) 채용 건>이란 문서를 보면 '다만 기간 종료 시 정규직 전환 여부는 종료 시점에 평가하여 확정 예정'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채용 시점(2019년 4월)을 기준으로 보면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 계약직을 선발하겠다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가 애초 내건 조건에 따르면 정규직 신입사원을 뽑을 경우에만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데, 대한체조협회는 계약직 사원을 2명을 선발한 뒤 결과적으로 대한체육회의 지원금을 3년간 수령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한체육회 관계자의 말은 이렇습니다.

"대한체조협회가 체육회에 보낸 공문을 보면 신입 사원 2명의 계약 기간이 적혀 있지 않아 당연히 정규직이라고 생각해 채용을 승인해줬다. 계약직 채용이라고 판단했으면 체육회가 승인할 리가 없었다. 계약직 채용 내용이 담긴 대한체조협회의 신입 사원 공모 문건은 3년 전에는 전혀 몰랐다가 최근에야 알게 됐다."

한마디로 대한체육회도 체조협회의 꼼수에 속았다는 것입니다. 2019년에 계약직으로 들어왔던 2명의 사원은 현재 대한체조협회를 모두 떠났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무참히 짓밟혔다며 대한체육회는 물론 스포츠윤리센터에 진상 조사 요구와 함께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체육청년 사회 첫 걸음 지원>은 오직 정규직만 채용할 수 있는 국고 보조금 지원 사업이다. 하지만 대한체조협회는 회장사인 포스코건설에 인턴 지원 사업이라고 허위 보고하였다. 또 분명히 채용 공고에 명시돼 있는 교통비 지급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정규직으로 공고를 내고 채용해야 했는데 계약직이라는 신분을 약점 잡아 타 직원들에게는 모두 다 지급되었던 교통비 월 15만원을 수령하지 못했다. 이 교통비는 타 직원들의 급여명세서에도 교통비 별도 내역이 있을 만큼 고정 급여 성격을 갖고 있는데, 미지급에 대한 아무런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2명만 지급을 받지 못했다. 또 입사 후 잦은 연장 근무 및 휴일 근무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도는 휴일 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였고 퇴직금도 1~2달 늦게 지급되었고 지연 이자도 수령하지 못했다. 또한 현재 퇴직 후 2달이 넘었지만 21년도 및 22년도 연차수당을 받지 못했고 엄연히 인트라넷 내부결재에 연차 사용한 내역을 다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조협회는 연차를 다 소진했다고 주장하며 연차수당이 지급 불가하다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고 있다."

체조협회에서 일했던 직원 2명의 이런 폭로에 대해 대한체조협회 관계자는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대한체육회의 사업이 3년만 한시적으로 하는 것이고, 인건비의 50%만 지원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규직 사원을 선발하는 것은 부담이 컸다. 그래서 처음엔 계약직으로 채용했다가 3년 뒤에 평가해 정규직 사원으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공문에 나와 있는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전임 사무처장이 "나중에 줄게"라는 식으로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여기까지 왔다. 나머지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조속히 해결할 것이다."

대한체육회의 <체육청년 사회 첫 걸음 지원> 사업에 참여를 신청한 경기 단체도 있고, 반대로 아예 신청을 하지 않은 단체도 있습니다. 대한역도연맹처럼 신청을 했던 단체들은 당연히 정규직 신입 사원을 선발했습니다. 지원금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거나 채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단체들은 사업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한체조협회는 사업 참여를 신청한 뒤에도 정규직 사원을 선발하지 않았습니다. 대한체육회에는 계약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계약서를 보내 마치 정규직 직원을 뽑는 것처럼 한 뒤 결국 승인을 받는데 성공했습니다. 엄연히 규정을 위반한 것입니다.

이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발표한 공문에 나와 있는 교통비조차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부푼 꿈을 안고 체조협회에 들어온 두 직원은 <체육청년 사회 첫 걸음 지원>이란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협회의 횡포에 상처만 받은 채 협회를 떠났습니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윤리센터는 최근 이 사건을 인지하고 광범위한 조사를 펼치고 있습니다. 상급 기관의 조치에 앞서 대한체조협회는 그동안의 과오와 꼼수를 반성하고 빠른 시일 내에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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