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괴이' 신현빈 "오컬트 장르 도전? 사람 이야기라 끌렸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지난달 2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극본 연상호, 류용재, 감독 장건재)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 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로, 미스터리한 귀불이 깨어나 재앙에 휩쓸린 사람들, 기이한 저주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아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옥', '방법', '부산행' 등을 통해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 세계관을 구축한 연상호 작가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나 홀로 그대' 등으로 사랑받은 류용재 작가가 공동 집필을,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아시아티카 영화제 최우수 극영화상을 수상한 장건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오컬트라는 장르보다 결국 사람,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면에 끌렸어요. 감독님의 전작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장르를 어떻게 연출하실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생각해볼 부분이 많은 것도 좋았어요. 내 인생의 지옥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제 삶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됐죠. 주어진 하루하루를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현빈이 연기한 이수진은 촉망받는 고고학자이자 문양 해독가다. 실력을 인정받으며 왕성하게 활동하던 그는 하나뿐인 딸을 잃고 은둔한다. 남편 정기훈(구교환)과도 떨어져 홀로 진양군에서 칩거하던 이수진은 어느 날 덮친 기이한 사건 속 혼란에 빠진다.
"극 전반에서 다뤄지는 모습이 진짜 수진이의 모습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보다 훨씬 생기 있고 적극적인 사람이었을텐데 아이를 잃고 자신도 잃어버린 것 아닐까, 혼란스러운 큰 사건 속에서 원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놓인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문양 해독가라는 직업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해주신 설정 같은데, 일단 티벳어를 자연스럽게 쓸 줄 알아야 해서 동영상을 보면서 열심히 외웠어요. 긴 분량이 아닌데도 전혀 모르는 언어를 통으로 외우려니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외적으로는 공부를 오래 한 사람의 특징들을 따왔어요. 몸도 좀 굽어있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었던 사람 같은 느낌을 가져가보려고 했죠."

이수진은 귀불이 불러온 재앙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인물이다. 그는 아이의 죽음 이후 인생의 모든 빛을 잃은 채 아픔을 딛고 겨우 살아간다. 신현빈은 아이를 잃은 엄마의 처절한 내면부터 기이한 재앙의 실체를 쫓는 문양 해독가로서 프로페셔널한 모습까지, 혼란 속에서도 점차 성장하는 이수진의 입체적인 면모를 세심하게 그려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감정이 어떤지 잘 상상이 안 갔어요. 그래서 실제로 아이가 있는 분들이랑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한 가지 감정으로 정리할 수 없겠다고 느꼈어요. 결국 그 순간에 최대한 몰입했어요. 계속 울고 괴로워하는 장면이 육체적으로도 힘든 장면이긴 한데 박소이 배우가 가진 힘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연기지만 크게 다가왔던 감정이에요."
특히 기훈과 수진의 이야기는 '괴이'의 중심 축이다. 두 사람은 아이를 잃고 떨어져 지내다 재앙 이후 다시 만나 각자의 마음 속 지옥과 마주한다. 그리고 이들을 덮친 재앙은 둘의 관계에도 변화를 몰고 온다. 신현빈은 "구교환과 '개그 듀오'였다"며 완벽했던 호흡을 전했다.
"두 사람의 서사가 워낙 짧게 나오는데 감독님이랑 상상해본 내용은 있어요. 비슷한 분야를 공부하면서 같은 학교나 같은 학회에서 만났을 것 같아요. 해외에 학술 답사갔다가 우연히 인연이 됐을 수도 있고요. 기훈이는 어떤 상황이든 유쾌하게 받아들이잖아요. 그게 수진이에게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 같아요. 구교환 선배랑 같이 한다고 했을 때 기대가 컸어요. 실제로 촬영하면서 기대 이상의 좋은 점들이 많았고요. 괴로운 장면도 진짜 편해야 잘 찍을 수 있는데 둘 다 농담 코드가 맞다보니까 늘 편했어요. 서로 상황극을 좋아하는데 계속 받아주니까 몇 시간씩 이어지기도 했죠. 늘 배려해주셨고 든든했어요."

특히 '괴이'의 극본을 맡은 연상호 작가는 지난달 22일 진행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비일상적인 사건 속에서 우리 마음 속 어둠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더 이상 끔찍한 걸 쓰고 싶지 않아서 부부애가 담긴 멜로물을 쓰려고 했다. (장르는) 지금도 멜로다. 괴이한 멜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신현빈은 "멜로 요소가 분명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멜로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차이일 거예요. 연애하고 사랑하는 감정을 멜로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 사이에 흘러가는 감정의 밀도가 주는 이야기도 멜로라고 생각해요. 부부, 가족, 친구들 사이의 이야기도 멜로일 수 있죠. '괴이'는 익숙한 관계들이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 흥미로워요. 그래서 '괴이'를 어떤 장르라고 정의하기가 어렵고요. 차라리 여러 장르를 다 넣어본다면 멜로는 굉장히 앞쪽에 있지 않을까요?"

'괴이'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박한 모성을 그린 신현빈은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을 차기작으로 택했다. 팬들의 기대가 크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미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겨울, JTBC '너를 닮은 사람'의 해원 등 매번 완벽히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며 '얼굴 인식이 안 되는 배우'라는 특별한 수식어도 붙었다. 신현빈은 좋아하는 별명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저는 누군가 꺼내기 싫어하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요. 아픔이 있는 캐릭터들을 만나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괴롭고 힘들어하는 마음을 잘 보듬어주고 싶고요. 그리고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됐는지 다른 사람들한테 전해주고 싶어요. 결국 그 사람의 이야기가 얼마나 궁금한지가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어떻게 살까, 뭘 좋아할까, 어떤 옷을 입고 뭘 먹을까. 대본에 없는 이야기가 중요한 기준이 돼요. 어떤 캐릭터든 다 제가 연기하긴 하지만 조금씩 다르게 보였으면 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얼굴 인식이 안 되는 배우'라는 말을 좋아해요. 계속 달라보였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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