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문화와 예술

박경덕 대전중구문화원 사무국장 2022. 5. 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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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덕 대전중구문화원 사무국장

가까이 있으나 함께 있으면 뭔가 불편한 두 단어가 있다. '문화'와 '예술'이다. 둘을 이야기하고자 하면, 만성적으로 '문화예술'을 함께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습관은 내용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너무도 부자연스러움을 깨닫게 된다.

문화는 한자어 글월 문(文)에 될 화(化)다. 단어 그대로 풀어쓰자면 '문'은 '글을 읽고, 쓰고, 사유하는 행위'를 말하며, 그리 된다는 단어가 '문화'인 것이다. 글은 곧 의미, 정신을 말하며, 이를 통칭하는 의미로써 '자연', '야만'이 아닌 '문화', '문명'의 상태로 변화됨을 뜻한다.

예술 역시 재주 예(藝)에 재주 술(術)을 쓴다. '예'는 주례에서 배운 이들이 마땅히 지녀야 할 예(禮: 예학 또는 예법), 악(樂: 음악), 사(射: 활쏘기), 어(御: 말타기), 서(書: 붓글씨), 수(數: 셈) 등 6가지 기초 교양을 말하며, '술'은 경로나 방법을 말한다. 곧 '예술'은 '미(美)'를 추구하며, 여기서 말하는 '미'는 아름다움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 알파벳 언어권에서 사용하는 'Culture'와 'Art'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Culture'는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하며 경작이나 재배를 뜻한다. 즉 자연상태를 인간의 작용으로 변화시키거나 가공한 인위적인 사물이나 현상을 의미한다. 'Art'는 '창작, 감상 등 예술활동과 그 성과'를 통칭한다.

크게 보면 예술은 문화에 속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로 의미하는 바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문화를 예술로 담기엔 넘침이 과하고, 예술을 문화로 담기엔 모자람이 있다. 그래서 편의상 '문화예술'을 병기하지만, 적절한 상황에 따로 사용해야 옳은 사용이 된다. '문화'의 의미가 필요한 곳엔 '문화'만, '예술'이 필요한 곳에선 '예술'만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화예술을 한 개념으로 취급하고, 이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전문가들조차도 문화를 이야기한다며 예술을 이야기하고 있고, 문화행정 정책을 이야기 하는 이들도 당연하게 예술행정과 정책으로 이야기한다. 예술가들과 전문가들이 예술을 문화로 확대 포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으나, 문화전문가들이 문화를 예술로 말하려는 것은 심각한 오류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그래서 굳이 같이 쓰고자 한다면 '문화와 예술' 또는 '문화·예술'로 구분하며 병기함을 제안한다. 그 구별됨을 알고 함께 사용하자는 의미다. 문화와 예술이 바른 자리를 찾아야 사소함에서 비롯된 문화·예술 정책의 혼란함을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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