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명 시골에서 김 하나로 매출 100억원, '꿈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오픈마켓 전성시대입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고, 직장 다니면서 투잡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이 오픈마켓 셀러를 꿈꾸는데요.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면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성공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 보는 ‘나도 될 수 있다, 성공 셀러’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인구 8000여명이 사는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 읍에 들어서면 ‘광천맛김’이라는 회사명이 적힌 160평 규모의 노란 공장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3층의 생산라인에는 위생복을 입은 직원 30여명이 김 원초(김의 원재료)를 김 제조 기계에 넣으면서 김에 기름을 바르거나 소금 간을 하고 있다. 이 공장에 있는 총 6의 생산라인에서 하루 최대 12만개의 제품이 출하된다.
지역 특산물 광천김은 ‘국민 반찬’이다.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만큼 홍성군엔 40여곳의 김 제조업체가 오랫동안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천맛김도 그 중 하나였다. 창업 10년차를 맞은 광천맛김은 오프라인 판매와 도매 납품의 한계로 성장 정체를 겪고 있었다. 돌파구는 ‘온라인’에 있었다. 2019년부터 쿠팡에 자체 브랜드 (PB) 상품을 납품하며 지난해 매출 132억원을 기록했다. 이경모(54) 광천맛김 대표에게 빠른 성장 비결에 대해 들었다.
◇김 제조 사업에 뛰어든 다둥이 아빠
이 대표가 꼽은 광천맛김의 차별화 포인트는 품질과 안전이다. 광첫맛김은 품질이 좋다고 소문난 제부도산 김을 주로 사용한다. 저렴한 옥배유 대신 고급 카놀라유로 김을 굽는다.
자동포장기계, 이물을 선별해 걸러내는 엑스레이기, 금속검출기 등 고가의 최신 장비를 도입했다. 자체 운영하는 냉동창고에 재고를 보관해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는 노력도 한다.
강원도 춘천에서 나고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상경했다. 현대백화점의 전신인 그레이스 백화점 신촌점에서 식품을 비롯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 구매 담당자(바이어)로 12년간 일했다.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실적을 내며 ‘에이스’로 꼽혔다.
어느 순간부터 ‘내 일’이 하고 싶어 12년째 이어오던 샐러리맨 생활을 접고, 충남으로 내려갔다. 10년간 제과점 등 자영업으로 자본금을 모으면서 기회를 엿봤다. “지역의 특산물인 김 제조에 뛰어들기로 했어요. 식사할 때 상 위에 꼭 김이 있어야 밥을 먹는 ‘김 마니아’거든요. 2012년 매물로 나온 광천읍 인근의 한 김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제조업 경험이 없는 데다 첫 창업이라 아내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아내가 ‘여섯 가족 먹고사는데 부족함이 없는데 왜 모험을 하려 하냐’고 하더군요. 당시 중·고등학생이던 네 아이도 내심 걱정하는 눈치였죠. 아직 대학도 안 간 자식 넷을 앞으로 뒷바라지하려면 재정적 부담이 컸기에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20여년간 유통업과 자영업을 두루 경험하며 ‘내공을 다지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졌기에 창업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경쟁자가 많아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제품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면,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오프라인•도매 판매로 더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유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홍성군은 전국에서 가장 치열한 ‘김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광천김은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를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반찬입니다. 오랜 역사만큼 경쟁자도 많죠. 설상가상 유통망은 오프라인 매장과 일부 도매상 중심으로 한정돼 있었어요. 후발주자인 광천맛김 같은 기업이 설 곳이 마땅치 않았죠.”
첫 6년 동안은 이 생태계에 적응하는데 주력했다. “김 사업을 시작한 2012년 매출 7억원을 기록했어요. 창업 초기엔 경쟁업체들처럼 중간 도매상 납품에 집중했죠. 그 결과 매출은 오름세를 탔어요. 문제는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고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겁니다. 이미 김 제조업체 수십 곳이 오프라인 도매상에 광천김으로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서 저희 브랜드의 존재감이 부족했어요.”
업계의 관행도 성장 정체의 원흉이었다. ‘제3의 길’이 필요했다. “지역 도매상 납품은 마진율이 높지 않았어요. 결정적으로 외상 거래가 많아 납품을 해도 돈을 언제 받을지 불확실했죠. 심지어 수천만원에 달하는 대금을 떼먹는 곳도 있었습니다. 업체별로 매번 가져가는 물량도 일정치 않아서 공장 가동 계획을 미리 세울 수도 없었어요. 단순 김 판매사가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지만 도매상 판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중소기업 입장에서 판매 채널 확보와 마케팅에 투입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거든요.”
◇오픈마켓에 PB 납품하며 시작된 반전
성장 방안을 고민하던 2019년 초,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전문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가 협업 제안을 해 온 것이다.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판매량 등 3가지를 모두 높일 절호의 기회였어요.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처음에는 조미된 원초를 자르지 않고 포장한 ‘큰김(전장김)’을 내놨지만 기대보다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연이어 ‘도시락김’을 출시했다. “저렴한 가격에 품질이 좋았던 덕일까요. 판매량이 폭발했습니다. 창업한 이후 처음으로 월 억대 매출을 내기 시작했어요. 주문이 갑자기 몰려들면서 전 직원이 밤 12시까지 특근을 해야 겨우 주문 물량을 맞출 수 있을 정도였어요.”
이때 오프라인 시장과 비교할 수 없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 속도를 체감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빠른 성장 속도를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온라인 소비자에게 저희가 제조한 제품을 직접 팔다 보니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도 높아지더군요. 이후 김자반, 김가루, 전장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습니다.”
◇중국·홍콩·대만 등 매달 13만팩 이상 수출
지난해 처음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의 50% 이상이 쿠팡에서 발생했다. 오픈마켓에서의 성공은 해외 진출의 기회로 이어졌다. 상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광천맛김 브랜드가 해외 시장 담당 바이어의 귀에도 들어간 것이다.
“중국, 홍콩, 대만에 제품을 수출하자는 바이어들의 제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현재 매달 13만팩 이상의 제품을 해외로 보내고 있어요. 최근에는 대형마트, 급식업체와도 납품협상을 진행 중이에요. 만약 2019년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면 아직도 회사 매출에 큰 변화가 없었을 겁니다. 광천맛김이라는 회사와 브랜드 인지도도 쌓지 못했을 것이고, 해외 바이어들이 먼저 찾아오는 회사가 되지도 않았겠죠. 불과 3년 만에 일어난 작지만 큰 기적이라 생각합니다.”
온라인 진출을 노린다면 품질과 판매 창구 같은 기본기부터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경쟁력을 갖추면 브랜드 파워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매출도 상승합니다. 판매 플랫폼도 중요합니다. 소규모 업체들이 온라인에 진출하면서 물류를 직접 운영하려다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여러 온라인 채널 중 쿠팡을 추천합니다. 로켓배송으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고 CS응대도 대신해줍니다. 덕분에 제품 생산과 개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발판으로 두 번째 도약을 노릴 계획이다. “올해 목표는 연 매출 200억원 달성입니다. 내수와 수출액이 같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제조사의 이상적인 매출 구조라고 하는데요. 현재 1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올해 홍콩 등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국제 식품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계획입니다. 광천맛김의 성장은 지금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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