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코로나 과부' 양산..남편 잃고 집·미래 도둑맞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전역에 걸쳐 특히 의료 시설이 열악하고 개발이 가장 덜 된 국가에선 배우자의 죽음으로 홀로 되는 처지가 오랫동안 다수의 여성에게 닥쳤다.
많은 과부는 나이가 수십 살 더 많은 남자들과 결혼한 터라 젊다.
또 일부 국가에서 남자들은 종종 아내를 한 명 이상 두고 있어 사후에 여러 명의 과부를 남긴다.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훨씬 더 많은 과부를 아프리카 대륙에 양산했다고 A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리카 남성은 여성보다 바이러스로 죽을 확률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섹스·젠더·코로나19 프로젝트가 추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 나이지리아에선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의 70% 정도가 남성이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둘러싼 남녀 간 차이를 추적하는 세계 최대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이다.
비슷하게 차드, 말라위, 소말리아, 콩고 등에선 사망자의 70% 이상이 남자였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 수치를 모을 자원이 부족하다.
보도에 따르면 여성들에게 정작 문제는 남편 사후에 발생한다.
여성들은 펜데믹으로 남편만 잃는 것이 아니다. 대가족, 집과 미래까지 다 빼앗기는 것이다.
일례로 나이지리아 남동부의 아나요 음바는 여섯째 딸 아이 치나자를 낳은 후 몇 시간 만에 오토바이 택시 기사이던 젊은 남편 조나스를 코로나19로 잃었다.
산부인과 직원들은 아무도 음바의 병원비를 지불해주지 않자 그에게 신생아와 함께 퇴원하라고 요구했다.
음바는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살던 집에서 머리를 밀고 흰옷을 입는 과부 의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6개월 동안의 전통 애도 기간이 단지 몇 주 지났을 때 죽은 남편의 친척들은 그에게 음식을 제공하지 않고 대놓고 떠나라고 했다.
29세인 음바는 시댁 식구들이 재혼할 것을 종용하면서 더 일찍 떠날수록 자신과 아이들에게 좋을 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달랑 비닐봉지에 갓난아이 치나자와 다른 자녀들의 소유물만 넣은 채 걸어서 친정어머니 집으로 떠나야 했다.
그는 "아이들과 여기 계속 머물다간 내가 죽을 수 있겠다 싶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음바의 경우처럼 과부가 되면 여자들은 종종 홀대를 당하고 상속권을 박탈당한다.
법률상 많은 과부가 땅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 당하거나 배우자 재산의 극히 일부분만을 증여받는다. 나이지리아 남동부 같은 경우는 심지어 애도 기간에 과부들이 남편의 죽음과 관련해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시댁 식구들은 아이들에 대한 양육권을 주장할 수 있다. 전통상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속한다.
다른 시댁 식구들은 아이들과 의절하고 도와주길 거부한다. 비록 그들이 남은 직계 가족에게 돈과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인데도 말이다.
젊은 과부들은 자신을 부양해줄 성인 자녀가 없다. 이들이 속한 지역사회는찢어지게 가난하고 교육을 적게 받은 여성들에게는 거의 일자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일부 과부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남겨지는 반면 다른 과부는 시아주버니 혹은 시동생과 재혼하든지, 아니면 상속에서 배제되는 압력을 받는다고 말한다. 과부들은 남편을 묻기도 전에 시댁 식구들의 구박을 경험할 수도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도시 고마에서 20대 후반의 싱글맘이던 바네사 에메디 카마나는 자신이 조교로 일하던 60대 후반의 학자와 결혼했다.
그러나 남편이 코로나로 사망하자 40일간의 곡하는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시댁 친척들이 몰려와 남편 은행 계좌 등 자신과 여섯 살 양자에게 속한 모든 재산을 가로챘다고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아직도 일부다처제가 있는 서아프리카에선 보통 남편 사후 첫째 부인이나 그 자녀들이 가족 집과 다른 금융 자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때문에 과부가 된 나머지 부인들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AP는 전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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