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 급락세..미 금리인상, 중 봉쇄 충격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과 국채 수익률 상승, 그리고 '세계의 공장' 중국의 팬데믹 봉쇄 충격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19 정책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고,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강력한 긴축 고삐를 죌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신흥국 통화가치는 당분간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달러는 고공행진을 지속해 연일 20여년만의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이하 현지시간) MSCI 신흥국 통화지수가 4월초 이후 4% 넘게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 치명적인 독극물 조합
지난달 6일 연준이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강력한 긴축이 예고되면서 미 달러 가치와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은 제로 코로나19 정책을 추진하면서 무자비한 봉쇄에 나서 신흥국의 대중 수출, 원자재 공급을 모두 어렵게 하고 있다.
강력한 봉쇄 정책 최대 피해자는 물론 중국이다. 경제 수도 상하이가 한 달 넘게 봉쇄되는 등 경제 충격이 크다.
이때문에 중국 위안화는 9일 달러에 대해 18개월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날 중국의 4월 수출 증가율이 2년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안 하락세와 동시에 신흥국 통화 약세 움직임이 강화됐다.
TD증권 신흥국 포트폴리오 전략 책임자 크리스티안 마기오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치솟는 가운데 중국의 수요 둔화가 겹쳤다"고 지적했다.
마기오는 이어 그러나 "이 정도로도 충분치 않은 듯 여기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매우 치명적인 독극물 조합"이라고 우려했다.
■ 역 캐리트레이드
미국의 금리인상은 금리가 낮은 선진국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신흥국에 투자해 금리차익을 기대하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 흐름을 되돌리고 있다. 미 금리가 치솟으면서 신흥국 시장의 금리가 덜 매력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제는 위험이 높은 신흥국에서 돈을 빼 이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으로 돌리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신흥국 중앙은행들 역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역 캐리트레이드 요인들을 대부분 상쇄하는데 성공했지만 연준이 4일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신흥국 통화에도 일부 긍정적인 요인이 없지는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원자재 수출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지지를 받고 있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신흥국채권부문 책임자 폴리나 커디야브코는 "신흥국이 고금리와 고상품가격이라는 순풍을 받기는 했지만 문제는 그같은 순풍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다"라면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 연준 고강도 금리인상에 역풍
주된 배경은 역시 미 연준이다.
연준은 4일 FOMC에서 2000년 이후 22년만에 처음으로 0.5%p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6월과 7월에도 각각 0.5%p 금리인상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때문에 주식, 신흥국 통화 등 위험자산 매도세에 다시 불이 붙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반사이익을 봤던 브라질, 남아공 통화는 이전 상승분을 모두 까먹었다.
상품을 수출하는 대신 수입하는 신흥국들은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인도의 경우 루피화 가치 폭락으로 수입물가가 치솟자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루피 가격을 인위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걸앤드제너럴투자운용의 신흥국채권 부문 책임자 우다이 파트나이크는 "이 압박의 대부분은 연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신흥국에만 특별히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파트나이크는 "금융여건은 (신흥국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팍팍해지고 있다"면서 "신흥국들 역시 이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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