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尹정부, 위기선언하고 경제복원하라

2022. 5. 1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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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고물가 등 현안 해법 안보여
대통령 주도로 비상경제대응체제 갖춰야

어제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열악한 경제상황을 맞았다.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는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고 있다. 전문 기관들이 일제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췄다. 지난 4월 물가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4.8%를 기록했다. 경제상황이 얼마나 더 악화할지 모른다. 미국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씩 여러 차례 올리는 초긴축 정책을 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주식, 외환, 채권 가격이 일제히 발작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불안에 떤다.

문재인정부는 예산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폈다. 기대와는 달리 잠재성장률과 고용능력이 떨어지고 정부부채만 느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상태에서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암초를 만나 공급망이 무너지고 물가가 폭등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덫에 걸렸다. 한국은행은 외국자본 유출 방지와 물가안정을 위해 0.5%였던 기준금리를 1.5%까지 올렸다. 추가적인 인상도 불가피하다. 가계와 기업의 민간부채가 4500조원에 달하고 정부부채도 1000조원 규모다. GDP의 2.7배가 넘는다. 연쇄 부도 위기가 언제 몰아칠지 모른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윤석열정부는 경제정책의 기본 기조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민간주도성장을 택했다. 경제의 중심을 기업과 국민으로 전환해 창의와 활력이 발휘되는 역동적 시장경제를 만들고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시장 진입과 사업 활동을 제약하는 정부 규제를 없애고 인수합병(M&A)을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할 방침이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을 디지털, 그린 혁신으로 고도화해 일자리를 늘리고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바이오, 디지털 헬스 등 미래 산업은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고 복지를 체계화하는 시장경제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책의 실천적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당장 발등에 불로 떨어진 코로나19 피해,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의 금리인상, 공급망 병목, 물가 급등 등 현안은 어떻게 해결할지 답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경제가 위기임을 국민에게 알리고 대통령 주도 하에 비상경제대응 체제를 갖춰야 한다. 경제 현장으로 나가 문제 해결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 금융위기를 막는 안전판으로 작년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와프도 다시 서둘러야 한다. 부실한 가계 및 기업 부채에 대한 구조조정도 준비해야 한다.

새 정부의 민간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규제 개혁과 노동 개혁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법률이나 정책으로 허용하는 사항 외에 모든 것을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 제도를 갖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폐지하지 않으면 경제회생은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도 시급하다. 노조의 지나친 권익 확대로 고용과 임금의 결정이 경직돼 있다. 성장 동력의 회복을 바탕으로 소득양극화, 청년실업, 노인빈곤 등의 문제 해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령화 저출산의 해결 방안도 찾아 나가야 한다. 시장의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펴고 주거안정을 꾀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고 에너지 공급계획도 새로 짜야 한다.

문제는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태에서 권력충돌이 심해 개혁법안의 처리와 정책 결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소통 및 리더십 발휘와 정치권의 합치(合致) 노력이 절실하다. 이번 대선은 역대 최악의 포퓰리즘 선거였다. 주요 후보들이 경제를 인질로 잡는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남발했다. 정치적 포퓰리즘은 시장 기능을 부정하고 경제를 망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부모급여, 군인봉급 인상, 원가주택 등의 사업에 소요 자금은 200조원이 넘는다.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면 스태그플레이션에 불을 지르고 정부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증가할 수 있다.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선거 공약의 거품을 걷어 내야 한다. 과도한 세금 부담을 줄이는 조세 개혁을 실시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재정의 건전성도 지켜야 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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