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대중예술만 소외됐다? 공정성의 대립 뜨거운 감자 된 방탄소년단

- 황희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대중문화예술인의 국위선양 업적이 뚜렷하다. 병역 의무 이행으로 활동 중단은 국가적 손실" 기자회견 후 뜨거워진 논란 - 국회에서 BTS의 병역특례 논의는 4년째 제자리다. 지금까지 대중 예술만 예외인 이유는?

10일 밤 PD수첩 'BTS와 병역'에서는 대중문화 예술의 선두에 있는 BTS의 군 입대를 두고 쟁점이 된 예술 체육요원, 대체복무제도에 대해 알아본다. 공정의 문제로 거론된 대중예술은 강한 상업성 이미지 때문인지 지금까지 혜택을 받아오지 못했다는데. 일부 정치인들은 방탄소년단의 군 면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인기가 많다고 하여 군 면제가 된다면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 PD수첩은 아직도 결론 나지 않은 상황에 대해 해답은 없는지 취재했다.

훈련병이 입소하는 월요일, 논산 육군훈련소 앞 이발소는 길렀던 머리카락을 자르러 온 청년들로 자리가 만석이다. 오늘 입대를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온 민우 씨. 그는 해외 영주권을 가지고 있지만, 자진 입대를 선택했다. 어째서일까? 그는 앞으로 한국에 살 생각이며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떳떳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현재 육군의 경우 군 복무 기간은 18개월. 그의 부모는 분단국가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 민우 씨 아버지는 “일부 특출한 사람들만 면제 혜택을 받으니까 그런 게 싫죠”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의 군 입대는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만 서른 살의 나이로 멤버 중 맏형인 진 씨. 그는 병역법상 올해까지 입대를 미룰 수 있었다. 내년부터는 나머지 멤버들도 차례로 입대해야 하는 상황. 그들의 소속사와 대형 기획사가 회원으로 있는 단체는 국회를 향해 현재 계류 중인 병역법 개정안을 결론 내달라며 촉구했다. 지금은 퇴임한 황희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BTS에 대해 언급하며 논란을 키웠다. "(BTS가)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회에서 시급하게 논의해 달라 촉구했다. 훈련소 앞 입대를 앞둔 청년들과 부모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남자라면 공평하게 입대해야 한다는 반대의 의견이 많았고 외교적인 부분에 큰 도움이 되었다며 군 면제가 가능하다고 보는 의견도 그에 못지않게 많았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BTS가 해당 도시를 찾은 당일 한 호텔 관리자는 호텔 거리 전체가 보라색 네온사인으로 그들을 환영했다고 설명했다. 콘서트 4회, 티켓 20만 장은 빠르게 매진됐다. 방탄소년단을 보려고 텍사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엘리자베스. 그는 BTS가 단순한 그룹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라이프 스타일이고, 바이브이고 긍정적인 에너지예요", 그들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BTS는 2013년에 데뷔했다. 당시 중소기획사에 소속돼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SNS를 활용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 멤버 전원이 작사 작곡에 참여해 청춘들의 진솔한 고민이 담긴 음악을 제작하기도 했는데 전 세계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었다. 영국 BBC와 여러 외신은 방탄소년단을 21세기 비틀스에 비유할 정도. 그들은 작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2019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엔터테이너,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는 BTS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 서울에서 열린 BTS 콘서트, 이곳을 직접 관람한 외국인 관광객과 일행까지 합하면 1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 또한 BTS 콘서트 홍보 효과로 한국에 온 외국인은 추가로 8만 7천여 명. 총 18만여 명이 한국을 다녀간 것. 평창올림픽 당시 외국인 방문객의 67%에 달하는 수치로 경제 유발 효과는 약 1조 원. 채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BTS가 국내에서) 20회 정도 공연한다고 했을 때 12조에 가까운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주는 관광 유발 효과라는 게 어마어마하게 높다고"판단했다. 하지만 경제적 효과가 높다는 이유로 병역 특례를 주는 건 문제가 있다는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그는 "한 사람만 빠져도 저 친구는 왜 안 가지? 이런 질문을 하게" 돼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집단 사기가 떨어진다는 것. 매년 군대에 가는 청년들은 약 23만 명. 현재는 징집 인원의 80% 이상이 입대하고 있다. 병무청에 40년을 몸담았던 이동환 전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도 병역 특례에 대해 반대 입장이었다. "현직에서 자식을 군에 보내는 어머니들의 눈물을 많이 봤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병역이란 예외가 없어야 하겠다"며 본인의 경험을 전했다.

병역 특례 대상에는 예술 체육 특기자가 포함돼있다.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경우 군 복무 대신 봉사활동으로 대체복무를 하는 제도이다. 1973년 박정희 정부 때 만들어진 이 제도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의 추천으로 선발하는 형식이었다. 정희준 전 동아대 체육학과 교수는 당시 가난했던 운동선수들을 지원하면서 해외에 대한민국을 알리려는 취지를 설명했다. 그 과정 중에 만들어진 게 병역 면제 혜택이라는 것. 이후 전두환 정부 때 88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병역 특례 기준이 확대됐다. 서울 올림픽에서 더 많은 메달을 확보하기 위해서 내린 결정. 당시 5개 국제대회 3위 이상 입상자와 한국체육대 졸업자 상위 10퍼센트도 병역 특례 혜택 대상자였다. 확대된 기준에 메달을 따는 선수가 많아지자, 병역 특례 기준을 올림픽 3위 이상 혹은 아시안게임 1위로 다시 축소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기준은 변해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대회에서 한국 축구 대표 팀은 역사상 최초로 16강에 진출하자 정부는 규정을 바꿔 선수 10명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주었고 2006년 제1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도 비슷했다. 당시 일본을 꺾고 4강에 진출한 야구 국가대표선수들에게도 병역 특례를 적용해 11명이 혜택을 받았다. 그러다 특정 종목에 대한 특혜 비난 여론이 생기면 규정은 축소되거나 삭제됐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한류와 한글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로 정부에서 주는 문화 훈장을 받았다. 역대 최연소였다.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무대에 한국 전통문화를 담아왔지만, 예술 요원 제도에 대중예술인은 제외된 상태다. 이유는 무엇일까? 국방부는 '당시 법령 제정이유에 구체적인 사유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병역 특례 제도 개선 소위원회가 구성된 당시 소위원장을 맡았던 하태경 국회의원. 그는 형평성과 공정을 이유로 예술 요원 제도에서 성악과 판소리 제외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노래 분야는 다 빼라는 것. 하태경 국회의원은 성악과 판소리가 20대 때 최전성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출생률과 군대가 적정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 또한 이유로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체 대체복무요원 중에서 예술 체육요원은 0.3퍼센트. 1년에 20명 정도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예술 생태계 보호>의 목적도 있다며 제도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는 1년 반 동안 무용을 하지 않으면 몸이 굳고 무대를 서지 못하면 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1세대 스타 발레리노인 그는 21살 당시 군 미필자 상태로 프랑스에 진출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밝혔다. 당시 병무청에서 단호하게 거절했다는 것. 이후 그는 국제대회에서 우승해 예술 요원이 돼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예술 체육요원 제도에 대중예술이 포함돼야 한다는 얘기가 처음 나온 2018년. 2020년에 한 차례 논의가 있었고 2021년 관련 병역법 개정안 3개가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PD수첩은 방탄소년단 소속사의 입장을 물었다. 소속사는 국방의 의무를 이행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며, 다만 국회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이라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에서 논의할 당시 찬반 입장이 엇갈렸다. 대중예술 분야는 공신력 있는 객관적인 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웅래 국회의원은 대중예술도 (순수 예술처럼) 공정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얼마든지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의 경우 신체 건강한 남녀가 18세에 징집돼 여자는 2년, 남자는 3년의 병역 의무를 이행한다. 이곳은 음악인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바로 <아웃스탠딩 뮤지션 프로그램>이다. 하루 6시간을 군에서 복무하고 퇴근해 연습과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가능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1년에 약 1번의 오디션을 열어 40명을 뽑았다. 아비람 라이헤르트 서울대 피아노학과 학과장은 "제가 확실히 아는 게 오디션마다 심사위원이 바뀐다는 거예요.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오디션을 둔다는 아이디어를 저는 공정"하게 생각한다며 그는 프로그램 덕분에 경력 단절 없이 음악적 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부르면 언제든지 응한다는 방탄소년단 멤버들. 징병제를 유지하는 한국에서 군 입대 문제는 언제나 국민들의 관심이자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제대로 된 보상이나 최소한의 예우 없이 일방적으로 희생당한다는 인식이 자리한다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공평해야 할 국방의 의무와 순수 예술과 대중예술의 형평성 문제까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관통하는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가 얽혀있다. 4년간 결론 내지 못한 논의가 이어져 오면서 논란만 확산하고 있다. 이제는 공론의 장에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때이다.

PD수첩팀 기자 (pdnote@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2/society/article/6367417_35673.html

[저작권자(c) MBC (https://imnews.imbc.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