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 샴페인 세리머니 당한 우승팀 사령탑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무섭다"

SK 전희철 감독이 10일 잠실학생체유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농구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승리 하며 우승한 뒤 그물망을 자른 뒤 목에 두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SK는 KGC에 4승 1패를 기록하며 구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22. 5. 10. 잠실학생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냉철한 승부사의 모습이 우승이 확정된 순간 180도 바뀌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이번 시즌 마지막 공식 인터뷰에 임했고 선수들에게 샴페인 세리머니도 당했다. 서울 SK 전희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 해 통합우승 금자탑을 세웠다.

SK는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안양 KGC와 챔프전 5차전에서 86-62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1패, SK 우승으로 2021~2022시즌에 마침표가 찍혔다. SK는 역대 세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이뤘다. 전 감독은 선수, 코치, 그리고 감독으로 모두 정상에 오른 역대 두 번째 기록을 세웠다.

코트에서 우승 세리머리에 임한 후 전 감독은 눈시울을 붉힌 채 “안 울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여러가지 기억이 스쳐지나가 눈물이 났다”며 “50대가 되면서 마음이 많이 여려졌다. 그래서 더 선수들이 잘 따르지 않았나 싶다. 너무 강하면 밀당이 안 되지 않나. 나이 먹고 마음이 약해진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쿼터 초반 12점차까지 끌려갔던 순간을 두고 “전반 끝나고 일부러 선수단 미팅에 안 들어갔다. 선수들 스스로 미팅하게 유도했다. 나는 마지막에 들어가서 짧게 한 마디만 했다. ‘3차전과 같은 지표들이 보이는데 우리가 상대보다 한 발 더 안 뛴 결과’라고 했다”며 “사실 3쿼터 초반에 밀렸을 때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우승에 대비해 축승회 장소도 잡았고 축하하러 온다고 약속한 분들도 많았다. 미치겠더라. 져서 다 날아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미소지었다.

순식간에 점수차를 좁히고 역전까지 한 3쿼터 후반에 대해서는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무섭다. 참 반전의 재미가 있는 선수들이다. 분위기를 한 번 타니까 내가 봐도 무섭게 뛰더라. 그 모습을 보고 오늘 끝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전 감독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KGC가 4차전에서 KT를 꺾고 올라온 게 행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만일 KGC가 5차전까지 갔다면 우리가 힘들었을 것이다. 4차전에서 KGC가 올라온 덕분에 KGC에 대비해 챔프전을 준비할 시간이 많아졌다”며 “정규리그 때 단기전에서는 KGC와 붙어도 자신있다고 했다. 내가 말한 것을 지켜야 하지 않나. KGC가 올라오고 훈련을 하는데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다행히 훈련 3일째부터 KGC에 대비한 스위치 디펜스의 타이밍이 맞았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평했다.

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노력은 많이 했다. 코치 시절부터 꾸준히 노력했다.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97, 98점을 주고 싶다”면서도 “허일영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숟가락만 들었다고 했는데 나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터뷰 중 선수들에게 샴페인 세리머니를 당한 것에 대해 “SK 감독이 되면서 전략 전술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좋은 매니저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렇게 인터뷰 중에도 샴페인을 뿌리는 게 우리 선수들이다. 일단 선수들이 잘 뛰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밀당도 잘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김선형과 최부경이 나에 대해 잘 알았고 후배들에게 알려주면서 선수들과 관계가 좋게 형성됐다. 내가 감독으로 잘 했다기 보다는 정말 재미있는 감독 첫 시즌을 보냈다”고 정상에서 마침표를 찍은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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