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블랙→올화이트' 패션 숨은 의미? "내조에 전념 뜻"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드레스 코드'와 행동에 담긴 정치적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인사들의 스타일은 그 자체가 메세지일 가능성이 크다. 스웨터를 입어 소탈함을 강조하고, 청바지를 통해 친근함을 표하는 식이다.
김 여사는 10일 제20대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공식 석상에 등장했다. 지난 3월9일 윤 대통령 당선 이후 첫 공개 행보다.
이날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앞둔 김 여사는 검은색 치마 정장 차림이었다. 참배 성격에 맞춘 색상이다. 이후 현충원 귀빈실에서 '올 화이트' 옷으로 갈아 입었다. 허리에 큰 리본을 두른 흰색 원피스에 5~6㎝ 높이로 보이는 흰색 구두 차림이었다. 무늬는 없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두 옷 모두 영세업체에서 맞춤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김 여사가 소상공인 진흥 차원에서 자비로 샀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순백을 주로 새로운 시작과 참정권을 의미한다. 20세기 초 미국의 여성 인권 운동가들은 참정권을 요구하며 흰 옷을 맞춰 입은 채 행진했다. 흰색은 그 자체로 단아함과 순수함, 백의 민족 등도 상징한다.
김 여사가 이날 국회 행사에서 흰색 원피스를 입은 배경에는 "처음 국민에게 겸손히 인사드리는 자리라는 뜻을 담아 선택했다"며 "흰색은 어떤 색과도 조화를 이루고 그 스스로는 드러내지 않는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내조에 더 전념하겠다는 뜻과도 관련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그런 느낌”이라고 했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 부인이 한복이 아닌 양장 차림으로 나타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당시 김정숙 여사는 꽃무늬가 새겨진 흰색 투피스 재킷 정장을 착용했다.
대통령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복장 선택에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김 여사의 '로키(low-key)' 행보도 눈길을 끌었다.
김 여사는 이날 모든 동선에서 윤 대통령과 1~2m 정도 간격을 두고 주로 뒤에서 걸었다. 지난 2017년 취임식 당시 김 여사가 문 대통령과 나란히 걸었던 일과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단상까지 이동하며 시민들과 악수하던 중 뒤따르던 김 여사를 향해 손짓했다. 이후 김 여사도 나란히 서서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 등 귀빈과 인사를 할 때도 한 걸음 물러나 90도로 인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90도로 인사했다. 취임식이 끝난 뒤 차량 앞까지 찾아가 배웅했다. 잠시 대화도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커뮤니티 누리꾼들은 김 여사가 박 전 대통령과 대화를 하느라 정작 문 전 대통령 부부는 배웅하지 않았다고 비판키도 했다.
김 여사는 취임식 내내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자리를 지켰다. 이후 차량을 타고 용산 대통령집무실로 첫 출근하기 직전까지 윤 대통령 곁을 지켰다.
김 여사는 자신이 대표를 맡는 해외 미술품 전시·기획사를 폐업 혹은 휴업하고 당분간 '조용한 내조'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대통령 배우자가 동행해야 할 공식 행사나 외교 일정 말고 개인 행보는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기조다.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2부속실은 폐지되고 기존의 1부속실과 통합돼 운영된다. 통상적으로 쓰는 '영부인'이라는 호칭도 쓰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의 이번 '로키' 행보를 놓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과거 이력 논란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일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같은 달 3~4일 전국 유권자 1015명을 상대로 한 '선거 및 사회현안 36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6.4%가 '김 여사가 조용히 내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존 영부인처럼 적극적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은 24.2%, '잘 모르겠다'는 9.4%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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