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샴페인 샤워' 전희철 "물·샴페인 맞을수록 기분 좋아"
기사내용 요약
프로농구 SK, 창단 첫 통합우승
전희철, 2001~2002시즌 동양 김진 이어 감독 부임 첫 시즌 통합우승
김승기 감독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챔피언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서울 SK의 전희철(49) 감독이 역대 두 번째로 감독 부임 첫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SK는 10일 오후 7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양 KGC인삼공사와 2021~2022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86-62로 승리했다.
1·2차전에서 승리 후, 3차전에서 패해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듯 했지만 SK는 4·5차전을 내리 잡으며 4승1패로 통합우승을 확정했다.
구단 역사상 첫 통합우승이다. 앞서 두 차례 챔피언에 올랐지만 정규리그까지 석권한 건 처음이다. SK는 1999~2000시즌, 2017~2018시즌에 이어 세 번째로 챔피언에 올랐다.
부임 첫 시즌 통합우승을 이끈 전 감독은 선수들과 기쁨의 눈물을 쏟은 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입장했다. 2001~2002시즌 동양(현 고양 오리온)을 통합우승으로 이끈 김진 감독 이후 두 번째로 부임 첫 시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선수나 코치로 우승했을 때에도 울긴 했는데 오늘도 그동안 한 게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눈물을 닦았다.
그러면서 "원래 눈물이 많지 않은데 50세가 되면서 마음이 많이 여려진 것 같다. 내가 너무 강성이었다면 선수들과 밀고 당기기가 되지 않았을텐데 (이런 감성이)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SK는 전반에 32-39로 뒤지며 끌려갔다. 벼랑 끝에 몰린 인삼공사 선수들의 활동량에 버거워했다. 장점인 속공도 실종됐다.
전 감독은 "전반이 끝나고 처음에는 미팅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기는 방법을 선수들이 알고, 3차전을 진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다"며 "감독으로서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었다. '상대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농구를 하고 있다. 하나씩 하다 보면 잡을 수 있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랐다"고 했다.
SK는 승리 이후 갖는 방송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대상자에게 물을 쏟는 세리머니로 정규리그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날은 물 대신 우승 샴페인이었다. 체육관 한 사무실을 기자회견장으로 사용하는데 전 감독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중 최준용, 허일영, 최부경, 자밀 워니, 김기만 코치 등이 전 감독을 향해 샴페인을 퍼부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바닥은 샴페인으로 홍수가 됐다. 양복이 모두 젖은 전 감독은 의자에 앉지도 못한 채 "(물이나 샴페인이나) 많이 맞으면 맞을수록 기분이 좋다. 정규리그 인터뷰 때도 물에 맞은 적이 있다.우리 선수들이 저와 다른 세대지만 노력하고 있다. 선수들이 그래도 선을 딱 지킨다"며 웃었다.
이어 "경기에서도 이런 좋은 분위기가 좋은 경기력으로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문경은 감독님 때부터 이런 전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탰다.
전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감독을 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8년 은퇴 후, 2군 감독으로 부임했다가 오래 지나지 않아 보직을 바꿨다. 이듬해까지 전력분석코치를 지냈다. 2010년부터는 약 한 시즌 동안 운영팀장으로 프런트 업무를 책임졌다.
2011년 코치로 승격해 문경은 감독을 보좌했고, 2012~2013시즌 정규리그 1위, 2017~2018시즌 챔피언 등극을 함께 했다. 지난 시즌 팀이 8위로 부진, 문 감독이 물러나자 바통을 이어받았다.
전 감독은 "감독이라는 의미를 따지면서 SK에선 정말 좋은 매니저가 되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을 한 발 더 잘 뛰게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나와 최준용, 워니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는데 물음표를 살짝 지운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어 "(나에 대한 평가는) 주변에서 내려줘야 하는데 노력을 정말 많이 했다. 노력을 하지 않고 지면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이라며 "97~98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4차전이 끝나고 (허)일영이가 숟가락만 얹은 것 같다고 인터뷰한 것을 봤다. 나도 그렇다. 그냥 선수들에게 숟가락을 얹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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