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반지로 한 손은 다 끼워보고 싶어요" 김선형은 아직 배고프다 [잠실톡톡]

고성환 2022. 5. 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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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학생체, 지형준 기자]

[OSEN=잠실학생체, 고성환 인턴기자] "제 등번호가 5번인데 아직 우승 반지가 2개밖에 없어요. 한 손은 다 끼워보고 싶어요."

생애 첫 챔프전 MVP를 거머쥔 김선형(34, 서울 SK나이츠)은 아직 만족하지 못했다.

SK는 10일 오후 7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KG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86-62 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승리로 SK는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정상에 오르며 창단 첫 통합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또 1999-2000, 2017-2018 시즌에 이어 통산 3회 우승을 차지했다.

SK 우승의 중심엔 'SK의 심장' 김선형이 있었다. 김선형은 이번 챔피언시리즈 내내 SK가 자랑하는 속공을 이끌며 맹활약했다. 김선형은 1차전부터 19점, 5어시스트를 터트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5차전서도 20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부를 매조지었다.

활약을 인정받은 김선형은 이날 기자단 투표 95표 중 66표를 차지하며 생애 처음으로 챔프전 MVP까지 차지했다.

김선형은 경기 종료 후 붉은 눈시울로 “너무 펑펑 울었다. 2017-2018때는 첫 우승이고 너무 극적으로 우승해서 눈물을 많이 흘렸다. 이번에는 점수 차도 많이 나고 해서 안 울 줄 알았다. 경기가 10초 정도 남았을 때 감독님과 선수들이랑 안으면서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힘들게 훈련했던 것부터 컵대회, 정규리그, 다쳤던 것, 플레이오프까지 모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울음이이 터지는데 못 참았다. 계속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리즈를 돌이켜보며 “정규리그에서 KGC에 1승 5패로 열세였기 때문에 감독님도 굉장히 많이 준비해주셨다. 저도 불안함과 왜 우리가 KGC에 열세였는가하는 생각이 맴돌아 잠도 잘 못 잤다. 이런 상황이 절실함을 줬다. 정규리그와는 다르게 준비했다. 1, 2차전을 분위기 싸움에서 이기며 잘 치룬 것이 제일 중요했던 것 같다”고 총평했다.

이날 SK는 전반 외곽포가 잘 터지지 않으며 고전했다. 그러나 후반 김선형의 개인 활약이 터지며 분위기를 뒤집었다. 김선형은 “내가 활로를 뚫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 되면 개인 능력을 쓸 생각이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수비 두 명을 달고 레이업을 올랐다. 저희 홈이기 때문에 속공 한두 개면 관중들의 함성을 이끌어내고, 4쿼터 정도 되면 완전히 저희 분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솔직히 오늘 경기 운영하는 데 있어서 너무 힘들었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OSEN=잠실학생체, 지형준 기자]

김선형은 시리즈 내내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치며 챔프전 MVP에 올랐다. 그는 “(MVP)는 전혀 예상 못했다. 오직 통합 우승이 목표였고, 반지를 두 개째 끼고 싶었다. 우리 팀에 반지를 한 번도 못 낀 선수들도 있더라. 무조건 끼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지켜서 너무 기분 좋다. 내 나이는 35살이지만 신체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라 생각한다. 올 시즌도 잘 끝냈지만 개인적으로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된다. 너무 자뻑인가? 죄송하다”며 웃어 보였다.

김선형은 지난 4년 전 왕좌에 오른 후 발목 부상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그는 "많이 힘들었다. 우승하고 나서 3년 정도 힘들었다. 발목이 완전히 돌아오기 전까지 2, 3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나이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존심 상했다. 그래서 칼을 갈고 준비했다. 그 결실이 오늘 맺어진 것 같아서 더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이날도 김선형은 최준용과 세레머니를 펼치며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김선형은 “(세레머니는) 자연스럽게 나왔다. 본의 아니게 세레머니 장인 소리를 듣고 있는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면 상관없다. 사실 KGC (전)성현이가 꼴 보기 싫다고 해서 두 개만 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몇 개나 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고 털어놨다.

지난 미디어데이에서 김선형은 KGC 오세근과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챔프전 MVP 예상을 묻는 질문에 오세근이 '(전)성현이'라 말하자 김선형은 자신의 이름이 나온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오세근은 바로 '전성현'이라 정정했지만, 공교롭게도 챔프전 MVP는 김선형의 차지로 돌아갔다.

김선형은 "(오)세근이 형이 제가 울고 있는데 먼저 다가와 수고했다고 얘기해줬다. 저도 명승부 펼쳐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세근이 형도 무릎 상태가 굉장히 안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 굉장히 리스펙한다. 저라면 그 정도로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OSEN=잠실학생체, 지형준 기자]

이어 김선형은 맞대결을 펼친 변준형에 대해 “제가 평가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변)준형이랑 매치업보다는 어떻게 KGC를 이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너무 좋은 선수다. 몸상태가 안 좋은 상태로 챔프전을 치뤘지만,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 평했다.

김선형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은퇴하면 알려주고 싶다. 제가 경기장에서 부딪치며 배운 것이기 때문에 좀 아끼고 싶다”며 웃음 지었다.

김선형은 이번 시즌 끝나고 FA 신분을 얻는다. 그는 “일단 저는 SK에서 잘 해주실 거라 믿고 있다. 저도 선수로서...아무튼 뭐 잘 해해주시리라 생각한다. 솔직하게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SK에서 잘해주시면 마음이 기우는 것이 사실”이라 덧붙였다.

이날 SK는 만원 관중의 환호를 등에 업고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김선형은 “정규리그 시작할 때만 해도 관중들이 전부 들어오지 못했다. 그런데 챔프전 때는 계속 매진됐다. 안양 가서도 귀가 따가울 정도의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맛에 농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챔프전에 올라온 것이 정말 영광이다. 개인적으로는 명승부를 펼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팬분들의 함성이 정말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로써 김선형은 정규리그 MVP와 올스타 MVP에 이어 챔프전 MVP까지 모두 석권했다. 그는 남은 목표를 묻자 “상은 우승 뒤에 따라오는 거라 우선 반지를 더 많이 끼고 싶다. 제가 등번호가 5번인데 아직 2개밖에 없다. 한 손은 다 끼워보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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