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에서 청와대 너머로 서울을 보다니.."

강정의 기자 2022. 5. 1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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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청와대 전망대에서 본 서울 10일 청와대 뒤편 북악산 등산로 개방 행사에 참가한 시민과 취재진이 청와대 전망대에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신조 사건’ 이후 54년 만에
청와대와 등산로 동시 개방
정상 전망대까지 한 시간
주민들 “지역 살아날 것”
일부 “동네 시끌” 우려도

청와대가 개방된 10일 청와대 뒤편 ‘북악산(백악산) 등산로’도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북악산에서 청와대를 바라볼 수 있는 등산로가 열린 것은 일명 ‘김신조 사건’ 이후 54년 만이다.

청와대 전망대로 향하는 춘추문이 열리는 시각은 오전 7시였지만, 등산객 수백명이 한 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몰려들었다. 이들은 춘추문이 열리자 “북악의 새아침, 열어갈 새길” 구호를 연신 외쳐대며 환호했다. 시민들은 춘추문에 발을 내디디며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기념촬영을 하느라 분주했다.

이날 개방된 북악산 등산로는 청와대 동쪽 춘추문과 서쪽 칠궁 뒷길 등 두 곳에서 오를 수 있다. 두 길은 백악정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백악정에서 서울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청와대 전망대까지 올라가도 등산 코스는 그리 길지 않다. 성인 걸음으로 대략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삼청동에서 40여년을 살고 있다는 김정식씨는 “북악산에 오를 생각에 설레어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3시부터 일어나 동네를 돌고 춘추문까지 왔다”며 “죽기 전에 북악산을 오르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북악산 곳곳에는 삼엄한 경계 태세를 보여주는 철책과 초소 같은 군사시설 등이 설치돼 있었다. 청와대를 품고 있는 북악산은 1968년 1월 북한에서 남파된 무장공작원들이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김신조 사건 이후 보안과 경호 등의 이유로 일반인 출입이 통제됐다.

2005년 9월에야 한양도성 북문인 숙정문부터 일부 출입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이어 2006년 4월 삼청터널 북쪽 홍련사~숙정문~촛대바위를 잇는 1.1㎞가 공개됐으며, 2007년 와룡공원~숙정문~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에 이르는 4.3㎞ 구간을 추가 개방했다. 문재인 정부는 숙정문~청운대~삼청동으로 연결되는 길을 지난달 개방했다.

반세기 만에 북악산 등산로가 열리면서 인근 주민들은 대부분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백경순 삼청동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상권이 침체돼있는데 북악산을 오르는 관광객이 많아지면 지역상권도 덩달아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70대 김모씨는 “등산객이 많이 몰려 동네가 다소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악산 등산로는 사전신청 없이도 오를 수 있다.

청와대 개방 행사 기간인 오는 22일까지는 춘추관 대신 금융연수원 인근 출입구만 이용할 수 있다. 8월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오를 수 있다. 입산 마감 시간은 오후 5시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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