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사무총장 복직 길 터주고 피해자 전출시킨 사랑의열매
[경향신문]
수차례 거부에도 ‘2차 피해’
사측 “피해자 의사 반영한 것”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사무총장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한 직원이 징계를 받은 총장의 복직을 앞두고 원치 않는 곳으로 발령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은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해 가해자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지 않도록 분리했다”고 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한 셈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랑의열매는 지난달 사무총장 A씨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 B씨를 본래 근무하던 중앙회에서 지회로 전출시켰다. B씨는 수차례 전출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사측은 “한 자리뿐인 사무총장이 옮길 수는 없다”며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갑질 혐의가 인정돼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A씨는 10일 사무총장직에 복귀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3일 다수의 인원이 참석한 부서장 회의에서 업무를 보고하는 B씨에게 “내가 하라면 하지 무슨 이유가 많아” “당신이 회장이야?”라며 고성을 질렀다. 다이어리를 책상에 집어던지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지방노동고용청은 A씨의 행동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해 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사랑의열매 내부에서는 사측이 A씨를 무리하게 복직시켜 ‘2차 피해’를 야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회장이 가해자를 감싸고 돌고 있다”거나 “문제 있는 사람을 (사측이) 보호할 필요가 있냐. 내보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사랑의열매 이사회는 A씨의 갑질이 알려진 뒤 해임 여부를 가리는 표결을 했는데, A씨를 제외한 재적이사 15명 중 10명이 해임에 찬성해 정관상의 요건(3분의 2 이상 찬성)을 충족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당사자인 A씨도 정족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해석했다. 그 결과 해임에 찬성한 이사 수가 전체 재적이사(16명)의 3분의 2인 11명에 미달해 A씨는 해임되지 않았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피해자가 직접 대면을 하거나 업무지시를 받지 않도록 분리 처리를 했다”며 “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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