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도착한 문 전 대통령 "이제 완전히 해방..텃밭 있는 삶"
[경향신문]
서울역서 KTX 타고 이동
자택 인근 지지자들과 인사
주민들 초대 차담회 열기도
“저는 이제 완전히 해방됐습니다. 자유인입니다. 제 아내와 함께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잘 살아보겠습니다.”
9일 자정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이 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10일 오후 2시50분 자택이 마련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마을회관 앞에 모인 주민과 지지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에서 보내게 될 제2의 삶, 새로운 출발이 정말 기대된다”며 “이제 평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농사도 짓고, 막걸리도 한잔 나누고, 잘 어울리면서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후련한 표정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신고 드린다”며 “제 집으로 돌아와보니 이제야 안도감이 든다”고도 했다. 마을회관과 자택 주변을 에워싼 지지자들은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라고 환호했다.
문 전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나오면서 아주 멋진 퇴임식을 국민으로부터 선물받았다”며 “역대 대통령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아주 뜻깊은 선물이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마을회관에서 자택까지 400m가량 걸으며 지지자들과 악수를 했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든 뒤 자택으로 들어갔다. 이후 자택으로 주민들을 초대해 차담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곳곳에는 환영 플래카드가 걸렸다. 한 지지자는 “5년 동안 행복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 간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오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서울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특별편성된 KTX 안에서 문 전 대통령은 동승한 전직 청와대 참모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오후 2시15분 도착한 울산(통도사)역에도 5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였다. 문 전 대통령은 “빈손으로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훨씬 부유해졌다”며 “살 집은 마당도 넉넉하고 텃밭도 넓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퇴임 후 지방으로 간 두 번째 대통령이다. 약 50가구가 거주하는 평산마을은 문 전 대통령의 “잊혀진 삶”을 사는 데 알맞다. 문 전 대통령이 희망을 이룰 수 있을지는 측근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전날 “대통령의 소박한 꿈이 이뤄질지 여부는 국민의힘에 달렸다”며 “전직 대통령을 정치적 이유로 소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양산 |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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