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M] 서민의 추억·열정 품은 버스터미널, 왜 자꾸 사라지나?
【 앵커멘트 】 시골 버스터미널에 얽힌 사연 한둘은 다 가지고 계실 텐데요. 추억이 있고,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또 열심히 살았던 삶의 기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터미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포커스M, 오늘은 왜 터미널이 문들 닫아야 하는지, 그 현장을 찾아봤습니다. 정치훈 기자입니다.
【 기자 】 시간을 거슬러 간 듯한 터미널 풍경.
텅 빈 대합실 칠판에 시간표가 정겹게 쓰여 있습니다.
한때 하루 1천 명이 이용하던 터미널이지만, 요즘은 띄엄띄엄 버스가 올 때만 열 명 남짓 모입니다.
이 터미널은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처음 문을 열어 운영했는데, 팔리는 승차권마다 일정한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이용객이 많았던 1980년대와 90년대는 그야말로 호황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의성군에서 주는 보조금과 자식들의 용돈으로 전기와 수도 요금을 겨우 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재도 / 금성·탑리터미널 대표 -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또 기상 조건이 나쁠 때는 그분들이 비 피할 데가 없잖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폐업) 할 수 있겠나. 내가 힘들더라도, 여생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지난달 초 지리산의 관문인 남원 고속버스터미널은 아예 문을 닫았습니다.
▶ 스탠딩 : 정치훈 / 기자 - "낮 시간이지만 인적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광객들이 드나들던 특산품 매장은 문을 닫았고, 손님들이 버스를 기다리던 대합실도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주변 상점은 문을 열어도 찾는 발길이 없습니다.
▶ 인터뷰 : 김분남 / 터미널 주변 상인 - "서너 명 다섯 명 그렇게 타고 갔어요. 그러니까 적자인생이지."
상황은 도시라고 나은 게 없습니다.
대전시 구도심에 있는 이곳 터미널은 적자에 허덕이며 상점도 모두 철수했습니다.
매표원 대신 무인 판매기만 있어 표를 사는 것도 일입니다.
▶ 인터뷰 : 이주영 / 충남 부여군 - "김밥도 먹고 국수도 많이 먹고 했는데, 여기 와서 담배도 사고 했는데, 문 닫았지. 진짜 너무 불편해. 버스도 많이 줄고…."
터미널이 줄줄이 문을 닫는 건 인구는 줄고 대신 자동차와 KTX 등 다른 대체 교통수단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까지 겹쳐 이동량이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시외버스 승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에 1억 4천만 명에서 지난해 6천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매출액도 반 토막 났습니다.
적자 폭이 커진 터미널이 문을 닫으면서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골 어르신들이나 서민들의 불편은 더 커졌습니다.
군이나 시 등 지자체가 보조금을 지원하며 터미널을 유지하려고 애를 쓰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택시처럼 주민들이 부르면 달려가는, 이른바 수요응답형 버스를 도입해 승객을 늘리는 등 터미널 생존 방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포커스M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박인학 기자 김지억 VJ 영상편집 : 오혜진 그래픽 : 김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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