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쉽게 올 수 있는 곳이었는데"..靑 곳곳서 인증샷 [르포]
10일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청와대 본관 앞 오르막길. 70대 시민 박모씨는 본관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뒤따르는 부인과 아들을 연신 재촉했다. 박 씨는 "이렇게 쉽게 올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동안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이날 청와대는 지난 74년 동안 굳게 잠겼던 철문을 열고 시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권위의 상징이었던 청와대가 시민들을 품은 첫날, 청와대 입구는 오후 들어서도 수백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11시 37분께 경비대원의 "정문 개방"이란 힘찬 명령으로 일반 시민에게 문을 열었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시민들은 청와대로 쏟아지듯 들어갔다. 청와대 대정원을 지나 푸른색 기와 지붕의 본관이 위용을 드러내자 또 한 번 "와"하는 함성이 곳곳에서 터졌다.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청와대 본관 앞을 거닐던 20대 이모씨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청와대에서 근무하셨다"며 "오늘 하루종일 어머니의 손을 놓지 않고 이곳을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어머니 박모씨는 "다 큰 아들 손을 잡고 다니려니 쑥스럽다"면서도 "날씨도 좋고 참 좋다"고 말했다.
문화재청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2만6000명의 시민이 사전 신청을 통해 청와대 권역을 방문했다. '과잠(대학교 학과 단체점퍼)'을 입은 대학생들을 비롯해 어린아이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 한복을 입고 온 커플이 눈에 띄었다. 청와대 경내에서는 카메라 셔터음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 관광객은 흰 제복을 입은 101경비단과도 사진을 찍었다.
경내 곳곳에서는 종묘제례, 마술, 비눗방울 놀이, 사물놀이 등의 행사가 줄을 이었고, 분홍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연신 길을 안내했다. 청와대 건물 내부는 공개가 안 된 만큼 경내에 간이 화장실이 설치됐다.
본관 앞을 비롯해 특히 관저 인근이 시민들로 붐볐다. 대통령 가족이 생활하던 곳인 만큼 그동안 가장 공개가 안 된 공간이라 이곳을 구경하러 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관저로 들어서는 인수문을 드나들면 어질고 장수한다는 의미가 있어 사람들이 줄을 서 입장했다. 관저로 향하는 길에 있는 '늙지 않는 문'이란 뜻의 불로문 앞에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이 이어졌다.
그동안 출입이 제한됐던 청와대 인근 3개 등산로도 이날부터 통행할 수 있게 됐다. ▲청와대(백악정)에서 북악산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백악정에 이르는 춘추관 뒷길 ▲경복고교에서 백악정에 이르는 칠궁 뒷길 등산로가 전면 개방됐다.
이 때문에 동호회와 산악회에서 온 단체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산악회원 60대 김모씨는 "아침부터 북악산 뒷길을 걷고 경복궁도 둘러봤다"며 "입장 시간이 돼서 회원들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일부 관람객은 건물 내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에게 "마당만 열 거면 왜 열었느냐", "건물 내부도 둘러볼 수 있게 민원 넣어야 하느냐"고 항의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청와대 개방행사 기간인 오는 22일까지 하루 평균 2만4000~4만8000명의 시민이 청와대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 기간 청와대 인근 역을 통과하는 서울지하철 3·5호선에 예비 전동차를 추가 투입해 하루 최대 약 18만명을 추가 수송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청와대 일대를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도 나선다. 오는 10월 31일까지 덕수궁, 창경궁, 청계천 등에서는 야간 도보해설관광 코스가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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