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 때 담대한 계획"..MB '비핵개방 3000' 빼닮아

정인환 2022. 5. 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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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사에서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평화를 추구하겠다"고 대외 정책 기조를 밝혔다.

윤 대통령의 북핵 해법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대북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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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취임사로 본 외교안보
"평화적 해결 위해 대화" 언급하며
비핵화 전제로 한 대북 경제지원
김성한·김태효 MB 정부 그림 그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사에서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평화를 추구하겠다”고 대외 정책 기조를 밝혔다.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비핵화를 전제로 지원을 하겠다며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판박이인 해법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며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북핵 해법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대북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과 흡사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한다면 남북 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10년 안에 북한 주민 소득이 3000달러에 이르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는 이명박 정부 핵심 외교·안보 라인이던 김성한 고려대 교수와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가 각각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장과 그 산하 1차장으로 포진하고 있다.

‘비핵 개방 3000’은 안보와 경제를 맞바꾸는 구상이지만, ‘비핵’에 진전이 없으면서, ‘개방’과 ‘3000’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안보 환경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경제 지원 약속만으로 북이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은 윤 대통령도 고스란히 떠안은 과제다.

윤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한 점도 눈에 띈다. ‘취약한 평화’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비판할 때 즐겨 썼던 표현으로, 새 정부에서는 좀 더 강경한 대북 기조를 유지할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에 관한 비전은 제시하지 않았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고, 정권 인수 기간도 없이 바로 취임했던 문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도 가겠다”며 남북 정상회담 의지를 내비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민족 모두가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었다.

10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임진강변 북한군 초소에 인공기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대외정책 기조를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밝혔다. 이는 지난 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와 같은 맥락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가치 외교’와 닮아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 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 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가치 외교’의 밑바탕엔 한-미 동맹이나 한·미·일 협력은 강화하는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에도 인권 문제를 주요 잣대로 들이댈 가능성이 엿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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