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쟁점됐던 '딸 스펙쌓기' 의혹.."혜택 받았지만 불법은 없어"

백인성 2022. 5. 10. 2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10일) 새벽 끝났습니다.

어제 오전부터 17시간 반 동안 진행된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여러 의혹이 제기됐는데요, 역시 가장 큰 관심은 고교생 딸의 '스펙쌓기 의혹'에 쏠렸습니다.

딸의 해외대학 입시를 위한 '경력 만들기' 과정에 전 가족이 나서서 도운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한 후보자가 수사를 지휘한 '조국 전 장관 가족'과의 형평성 논란도 함께 불거졌습니다.

도대체 어떤 의혹이 청문회장에서 거론됐을까요?

■ 해외 인터뷰로 촉발된 딸 '스펙쌓기' 의혹

한 후보자의 딸 한모 양은 지난해 11월 미국의 한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여기서 "중학교 1학년이던 2018년부터 봉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해 왔다"고 밝혔는데요, 기부활동 하나가 문제가 됐습니다.

한 양은 "기업 사회공헌부서에 메일을 보내고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하고 후원을 요청했다"며 "한 기업에서 연락이 와 중고 노트북을 처분하겠다고 했다. 그 회사의 도움으로 50여 대의 노트북을 복지관에 기증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해당 기업에는 후보자 배우자의 대학 후배인 고모 변호사가 임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한 후보자의 딸이 해외대학 입학 준비를 하는데, '스펙 쌓기'에 어머니 인맥이 동원된 게 아니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 의혹이 보도된 직후 KBS는 곧바로 한 후보자 측에 △한 양이 해당 기업의 사내변호사와의 인적 관계를 이용해 기부를 진행한 것인지 △해당 기업이 다른 봉사활동 단체가 요청한 경우에도 기부한 적이 있는지 등을 질의했습니다.

이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해당 기업은 내규에 따른 공정한 심사 절차를 거치고 복지시설 측과 기증 절차를 협의한 뒤 직접 기업 명의로 기증한 것이었고, 후보자의 딸 이름으로 기증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KBS는 노트북을 기증받은 복지관에도 연락을 해봤습니다.

복지관 관계자는 "영수증은 한 후보자의 딸 이름이 아닌 기업 이름으로 발급됐다"면서 "후보자 딸이 본인 아는 지인이 그 회사에 있다고는 했다. 근데 그게 (기부에) 결정적인 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의혹이 청문회에서도 쟁점이 됐습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트북을 지원한 기업은 지인인 배우자보다 남편인 고위직 검사를 보고 주지 않았겠느냐. 이게 엄마 찬스 아빠 찬스이고 스펙 쌓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한 후보자는 "국내 입시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 외국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건 맞는데, 일단 저는 아예 몰랐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당시에 저를 보고 (기부 물품을) 줬다고 하는데 (당시는) 제가 좌천당했을 때고, 당시에 저를 아는 사람들이 저를 피해 다닐 때였다"고 반박했습니다.

■ 논문 대필 의혹엔 "직접 썼다고 들었다"

한 양은 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2차례에 걸쳐 1저자와 공저자로 '머신 러닝' 주제의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이에 고등학생인 한 양이 유명 학술대회에 논문을 제출할 수 있는지, 또 논문 공저자가 방글라데시 석사 과정 재학 중인 학생이었기에 전문 입시 컨설팅을 통해 대필 논문을 제출한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의혹은 또 있었습니다.

한 양이 2022년 2월 전 세계 사회과학 분야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SSRN(사회과학네트워크)'에 등록한 4쪽짜리 글의 '문서 정보'에도 한 양이 아닌 'Benson(벤슨)'이라는 다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어, 역시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한겨레'는 케냐에 사는 '대필작가(ghostwriter)'로 알려진 'Benson(벤슨)'을 접촉했는데, 그가 취재비를 요구해 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KBS도 'Benson(벤슨)'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그에게 SNS 메시지로 △한 양의 논문을 써준 사실이 있는지 △대가로 얼마를 받았는지 등을 질의했지만, 몇 시간 만에 SNS를 탈퇴했습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문회에서 "입시에 제출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냐, 스펙쌓기가 문제가 없느냐"라고 따지자 한 후보자는 "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아무에게나 주어진 일 아니고 더 조심하면서 살겠다고 말씀드린다"는 취지로 몸을 낮췄습니다.

그러면서 "논문이라 하는 것들은 논문 수준은 아니고 연습용 리포트 수준의 짧은 글들을 모은 것"이라며 "그것이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없고 사용될 계획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논문은) 딸이 직접 썼다고 들었다. 저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 논문이라는 것을 봤으나 수준이 높지 않고, IEEE가 문턱이 높지 않다"면서 "일부 조력을 받은 것이 있지만 전문 입시컨설팅을 받은 적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Benson(벤슨)'의 대필 의혹에 대해서도 "온라인 원어민 튜터로부터 도움받은 적은 있는데 벤슨 그 사람과 뭔가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 헛웃음 남긴 엉뚱한 질문들

의원들이 사안을 오해한 끝에 잘못된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의 자녀가 노트북을 복지관에 기부한 것과 관련해 "확인해 보니 그 물품을 지급했다는 기증자가 한 아무개로 나왔다"며 인사청문회장 스크린에 '한OO'으로 적힌 문서를 띄웠습니다.

한 양의 이름으로 영수증을 받은 것 아니냐는 취지였습니다.

이에 한 후보자는 "한OO는 '한국쓰리엠' 같다. 제 딸 이름이 영리 법인일 순 없다"며 "영수증이 한국3M이라고 돼 있기 때문에 다시 확인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청문회에서 한 후보자 딸의 논문에 대해 "2022년 1월 26일 (한 후보자의 딸이) 논문을 이모하고 같이 1저자로 썼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누구하고 같이 썼다고요? 이모하고 논문을 같이 썼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언급된 논문은 한 후보자의 처가 쪽 조카가 교신저자인 이 씨 성을 가진 외숙모(이모 교수)와 함께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해당 논문을 한 후보자의 딸이 자신의 '이모'와 쓴 것으로 오인해 질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의원은 발언 후 "이모가 썼다는 논문은 같이 쓴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한 후보자는 딸 스펙쌓기 의혹에 대해 결국 '송구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한 후보자는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논문 대필 의혹 등이 불거진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그렇게(대필) 한 것이 맞는다면 저도 그렇다고 말씀드릴 것"이라면서도 "많은 지원을 받았고, 제 아이여서 그럴 수 있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송구하다'고 말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 전화 : 02-781-123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뉴스홈페이지 : https://goo.gl/4bWbkG

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