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춘추관 넘어 윤석열 국민소통관에 거는 기대와 우려

노지민 기자 2022. 5. 10.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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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청와대 '개방' '소통' 노력, 민감한 현안과 함께 축소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 전부터 제기된 논란 불식시켜야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청와대 대통령' 시대가 32년 만에 막을 내리면서 청와대 프레스룸으로서의 춘추관도 사라지게 됐다. 마지막 춘추관에서 언론을 대면한 문 대통령에 대해 언론의 평가는 복잡하다. 여느 대통령보다 소통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았고 온라인 창구 활용에도 적극적이었지만 결국 불통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 시간에 대한 평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새로운 5년을 이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당부로도 이어진다.

문 대통령의 취임 초기엔 폐쇄적이었던 청와대의 변화에 기대가 모였다. '불통' '구중궁궐'로 상징됐던 전임 박근혜 청와대와의 차별화에 방점이 찍혔다. 2017년 5월10일 취임사에서 “주요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 밝힌 문 대통령은, 이날 실제로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직접 주요 인선을 발표하고 기자들 질문을 받았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국민들께 보고드릴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각본 없는 기자회견' 역시 '대본으로 짜여진 박근혜 기자회견'과 대비됐다.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대통령이 즉석에서 질문을 받아 답하는 형식이 이어졌다. 이는 2018년 이후 신년 기자회견으로 이어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1월 온·오프라인을 병행한 기자회견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작위 질의응답으로 오히려 질문 분야가 중복되거나 대통령 답변에 대한 추가질의가 이뤄지지 못한 한계들을 고려해도 긍정적인 변화였다.

▲2017년 5월10일 한국일보 기사

청와대 출입기자간 계급사회처럼 유지된 관행도 약화되는 듯했다. 기자단 소속이 아닌 매체들도 청와대 전체 출입등록기자 대화방(카카오톡)을 통해 대통령 일정 등의 공지를 받게 됐다. 2017년 8월 문 대통령 해외순방 취재 신청을 이 대화방으로 받은 사례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을 불렀다. 일부 매체 기자에게만 기자실 좌석을 제공했던 과거와 달리, 2층 브리핑룸을 상시 개방해 출입기자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는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내세운 온라인 플랫폼 활용이 활성화됐다.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 페이스북 라이브처럼 자체 채널로 청와대 관계자들의 메시지를 내보냈다. 취임 100일을 맞아서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개설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가 일부 대통령 행사를 자체 생중계하자 이를 반발하는 기자들이 '뉴미디어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만들라 요구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청와대 상주기자단을 해체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게시된 일도 있었다.

기대에 기반한 언론·청와대의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국제관계 경색론이 불거지고, 대통령 참모진 관련 의혹들이 제기된 시기가 주요 '전환점'으로 거론된다. 2019년 청와대에서는 특정 언론사 보도를 비판하는 일이 잦아졌다. 미·중 무역갈등 및 일본 경제보복이 이뤄진 그해 8월엔 문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근거없는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청와대가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비판 보도에 적극 대응한 시기도 이즈음이다. 윤도한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조국 후보자 보도를 두고 “합리적인 의혹 제기도 있지만 일부 언론은 사실과 전혀 다른 의혹을 부풀리기도 한다”며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기한 설과 가능성은 모두 검증을 거칠 것”이라는 등 단호한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후 특정 매체와 보도 제목을 거론하면서 비판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청와대가 가장 자주 '왜곡' '허위' 보도를 했다고 지목한 매체는 조선일보였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유감” “오보” 비판의 대상이 된 매체가 점차 늘었다.

▲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그러는 사이 문 대통령이 초기에 보여준 적극적 소통 행보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현안 브리핑을 위해 춘추관을 찾아오는 대통령을 볼 수 없게 됐고, 여러 언론이 대통령에게 직접 공개적으로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는 신년 기자회견을 포함해 연간 한두 차례로 굳어졌다.

2019년 이후 청와대를 출입한 A기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주로 수석보좌관 회의나 국무회의, 행사에서의 연설 방식이었다. 대통령이 정제된 말을 하고, 그에 대한 설명은 다른 사람(대변인, 소통수석 등) 이야기를 통해 들어야 하니까 어떤 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 등 의사결정 과정 자체에 관심이 높은 사안들일수록 오히려 취재창구가 막히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현안 없이 이뤄진 기자회견은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부터, 2018년 1월 신년기자회견, 2019년 1월 신년기자회견, 2020년 1월 신년기자회견, 2021년 1월 신년기자회견 등이다. 2020년과 2021년 5월 취임 3, 4년은 특별연설로 이뤄져 질의응답이 충분히 이뤄질 수 없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온·오프라인 병행 기자회견이 진행됐는데, 올해엔 코로나19(오미크론)를 이유로 신년기자회견이 무산됐다. 당시 기자회견은 이미 대략적인 날짜와 참석매체까지 정해진 상태에서 사실상 취소됐다. 지난달 25일 기자 초청 행사 중심으로 이뤄진 마지막 간담회는 5개 질문에 답하는 데 그쳤다. 특정 언론사와의 1대1 대담은 2019년 2주년 KBS, 올해 4월 JTBC 두 차례다.

언론 접촉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도 방어적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1월 기자회견에서 '불통이란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만이 소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손석희 JTBC 총괄사장과의 마지막 대담에서는 “기자회견이란 방식의 소통뿐만 아니라 현장을 찾아 국민들과 직접 만나는 방식의 소통, 국민청원을 통해 듣고 답하는 방식의 소통, 이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형태의 언론 대면을 물은 질문의 핵심을 피해간 것이다.

▲2021년 신년 기자회견 당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측의 반론도 있다. 한창 불통 지적이 일었던 지난해 1월 탁현민 대통령 의전비서관은 “예정된 질문을 주고 받던 기자회견과 문재인 정부의 기자회견 횟수를 단순비교해봐야 부끄러움은 이전 정부(이명박·박근혜)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임기 중 수시로 기자회견을 했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비교는 없었다.

그러나 기자들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기자는 “(청와대가 말하는 '국민 소통'은) 민감하거나 현안에 대한 것이 아니라 소통으로 보기엔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C기자는 “손석희 전 JTBC 앵커 대담에서 '현장 일정 소화하면서 국민들과 많이 만났다. 소통 많이 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그건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지 않나”라면서 “국민이 정말 궁금한 부분은 기자라는 중간 매개자를 통해서 해소할 수 있는데, 애초에 만나려는 의지가 없었던 거 같다. 심지어 막판엔 회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코로나가 좋은 핑계가 된 것 같다”고 혹평했다.

A기자는 “손석희 전 앵커와 대담한 이유가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다, 기자회견 포맷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쪽(출입기자)에서 안 되니까 저쪽에서 한다는 논리였다”며 “대통령이 1년에 한두 번만 기자회견을 하니까 기회에 목마르게 된 것인데, 내밀한 진의를 말할 기회는 인터뷰 대담 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 어리둥절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춘추관 취재 시스템과 기자단 취재 관행의 한계는 해소되지 못했다. 대통령 참모진 업무 공간과 괴리된 춘추관으로 기자들 행동 반경이 제한됐기에, 소위 '춘추관 출입기자' '춘추옥'(춘추관+감옥)이라는 기자들의 자조적 표현이 여전했다. 임기 초 출입등록 기자 대상으로 대언론 창구를 확대한 노력이 이뤄졌음에도, 이후 기자단 가입 여부나 소속된 기자단에 따른 정보의 격차가 공고히 유지됐다.

청와대 대변인이나 국민소통수석 등이 전하고 싶은 입장을 위주로 공개 브리핑하고, 민감한 이야기나 현안 질의는 대부분 익명의 '관계자'로 응하는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다. 참모진은 '기자들이 비공개를 원한다' 하고, 기자들은 '비공개라도 하지 않으면 답을 들을 기회가 없다'고 한다. 관계자발 기사가 남발되고 부정확한 정보가 기사로 유통되는 관행의 근본적 문제를 방치해온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출입기자단과 마지막 간담회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 ⓒ연합뉴스

D기자는 “대통령의 입이었던 대변인을 비롯해 수석들이나 참모들 역시 사실상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전달했고, 다수의 기자들에겐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강한 불만이 끊임없이 표출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제는 대통령 집무공간의 이전으로 청와대와 함께 춘추관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기존의 청와대 춘추관은 용산 대통령실의 '국민소통관'으로 대체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일성으로는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보여준 언론관은 여러 우려를 사고 있다.

대표적으로 언론사를 선별한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직인수위 출입기자 등록에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유관단체 소속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이에 해당되는 '뉴스타파' '뉴스버스' '서울의소리' 등 출입을 승인하지 않았다. 매체 비평 특성상 타 언론사와 같은 협회 가입을 해오지 않은 본지 또한 거절됐다. 4월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뉴스타파지부·한국기자협회 뉴스타파지회가 “윤석열 당선자는 애완견 언론을 원하나”라는 성명을 냈다. 지난달엔 윤 당선자 지역 일정 취재를 서울 국민의힘 출입 기자들에게 허용하면서, 정작 해당 지역 언론들은 할 수 없도록 해 반발을 산 바 있다.

기존 춘추관장에 해당하는 김영태 국민소통관장에 이력도 조명됐다. 김 관장이 쿠팡 커뮤니케이션 총괄부사장을 맡던 시기, 쿠팡은 자사의 노동환경·산업재해(사망) 등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에게 억대 소송을 제기해 “재갈 물리기 소송” 논란을 불렀다. 김 관장은 당시 뉴스타파에 “나는 쿠팡 언론 정책과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이런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 있을지 향후 국민소통관 운영이 주목된다.

D기자는 “춘추관 내부엔 '구악'이 엄연히 존재했다”면서도 “청와대 시대 종말을 알리는 과정에서 충분한 준비 없이 이전을 강행했던 윤석열 정부인데 과연 춘추관에서 요구됐고 실제 진행돼왔던 소통기능을 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한다”고 말했다.

춘추관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당부도 모인다. A기자는 “춘추관은 청와대 경내랑 완벽하게 분리된 공간이었다. 소통의 좋은 공간이었나라는 생각도 들더라”며 “(집무실과 소통관이) 한 공간에 가게 됐으니 춘추관의 부족했던 모습을 채웠으면 한다”고 했다. C기자도 “소통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공간은 어디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과 새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새 집무실 취재기자들이 새로운 곳에서 더 나은 국정을 위한 의미 있는 소통을 많이 나누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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