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디지털 시대, 예술도 '싹'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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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예술의 꽃은 디지털 네트워크의 가상공간 속에서 피어난다.
회화, 음악, 문학, 사진, 영화 등 예술의 전통적 장르들은 디지털화하거나, 아니면 디지털 예술에 복속된다.
이제 전통예술의 디지털 콘텐츠화는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현실이 되었다.
기존의 모든 예술 분야들은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과의 연관성 속에서 급속히 자신의 미학과 정체성의 재편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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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가상성, 영상 예술과 이미지 미학의 모색 정헌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현대예술의 꽃은 디지털 네트워크의 가상공간 속에서 피어난다. 그것은 마치 그리스 시대 연극의 대미를 장식하곤 했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와 같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기계 장치로 (연극 무대에) 내려온 신'(god from the machine)이란 뜻이다. 극적인 전환을 위해 갑자기 신이 나타나는 것이다. 신이 기계장치(마키나)를 타고 내려와 반전을 일으키는 플롯이다. 이런 무대 연출법은 당시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지금도 자주 활용된다. 현대 서부영화에서 결정적 순간에 '기병대'가 등장해 인디언을 섬멸하는 장면과 비슷하다.
기계장치를 타고 내려오는 신처럼,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오늘의 예술을 창조하고 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모바일,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메타버스, 홀로그램 등이다. '이미지의 신'이 된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전통예술의 모든 영역을 '탈(脫) 영토화'한다. 회화, 음악, 문학, 사진, 영화 등 예술의 전통적 장르들은 디지털화하거나, 아니면 디지털 예술에 복속된다.
동시에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예술의 모든 영역들을 '재(再) 영토화'한다. 아날로그 예술들을 단일한 디지털 포맷으로 재생하고 합성하고 변형하고 조작해 다양한 영상예술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디지털 시네마, 3D 애니메이션, 모바일게임, 웹툰, 웹드라마, 인터넷 모바일콘텐츠 등이다.
이제 전통예술의 디지털 콘텐츠화는 돌이킬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현실이 되었다. 기존의 모든 예술 분야들은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과의 연관성 속에서 급속히 자신의 미학과 정체성의 재편을 요구받고 있다. 책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영상예술과 이미지 미학의 새로운 흐름과 방향에 대해 연구한다. 그렇다고 시대적 흐름을 단지 추적, 평가,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디지털 가상성'(Digital Virtualism)이라는 새로운 영상 미학을 구체화한다. 디지털 미학의 이론적·실천적 기초를 쌓고싶은 독자들에게 책은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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