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돼서야 알았다, '그일'이 가정폭력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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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가정폭력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문제다.
이 단체 도경은 활동가가 가정폭력 20대 성인 피해자 16명(여성 11명, 남성 5명)을 심층 인터뷰해 작성한 '가정폭력 피해 경험 다시 읽기-20대 피해 자녀들의 의미 만들기를 중심으로'(서강대 사회학과)라는 석사논문이다.
논문을 작성한 도경은 활동가는 "가정폭력 피해 성인 자녀들이 폭력 피해를 인식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사회적 규범과 가정폭력에 대한 낙인과의 관계 속에서 밝히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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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족 규범, 가정폭력 낙인 영향
감춰야 하는 사소한 문제라는 '낙인'
자신의 피해마저 진짜인지 의심케 해
#ㄱ씨는 어린 시절부터 오빠로부터 성적·정서적 폭력을 겪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ㄱ씨에게 어머니는 “오빠가 그럴 리 없다”고 했고, 보건소 선생님은 “네가 예뻐서 오빠가 그런 거다”라며 폭력 피해의 심각성을 부정했다. ㄱ씨는 오랫동안 자신의 입은 피해가 진짜인지 의심했다.
#ㄴ씨는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아버지로부터 통제받았다. 아버지는 자신의 통제를 따르지 않으면 위협을 했다. ㄴ씨에겐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그 당시에는 억압적 통제가 폭력인 줄 몰랐다. 사회적 규범상 ㄴ씨가 겪은 폭력은 너무나 ‘사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가정폭력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문제다. 2019년 가정폭력 피해 경찰 신고율은 2.3%였다.(여성가족부·가정폭력 실태조사) 성인이 되어서야 자신이 겪은 일이 가정폭력인 걸 깨닫는 경우도 많다.
한국여성의전화가 10일 발표한 논문은 이처럼 ‘정상가족’ 규범과 가정폭력에 대한 낙인이 피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이 단체 도경은 활동가가 가정폭력 20대 성인 피해자 16명(여성 11명, 남성 5명)을 심층 인터뷰해 작성한 ‘가정폭력 피해 경험 다시 읽기-20대 피해 자녀들의 의미 만들기를 중심으로’(서강대 사회학과)라는 석사논문이다. 논문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상황을 ‘폭력’으로 인식하는데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자기 낙인(자신이 경험한 낙인을 기준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가정폭력과 관련한 ‘낙인’은 일상생활이나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가정폭력은 드러내지 않아야 하고, ‘사소한’ 문제이면서도 해결이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이런 낙인은 모든 가정을 ‘정상가족’이라는 틀 안에 두고, 이 규범 아래에서 가정은 당연히 ‘화목하다’거나 ‘화목해야 한다’고 전제하는 데서 비롯한다. 논문에 등장한 ㄷ씨는 “가정폭력을 ‘터부’로 낙인찍는 인식 탓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감춰야 하는 일로 여겨왔다”고 했다. ㄹ씨도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나를 바라볼까 봐 두렵다”고 했다.
논문은 가정폭력을 ‘사소한 문제’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심층 인터뷰 참가자 가운데 통제·방관·폭언 등 정서적 폭력을 경험한 이들은 폭력 피해를 ‘별일 아니다’라고 여기는 시선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ㅁ씨는 주변에서 “그 정도는 다 있는 일이다”라는 말을 들었고, ㅂ씨는 자신이 당한 폭력이 ‘진짜’ 폭력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차라리 맞을 걸’이란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가정폭력=사소한 일’이라는 인식 탓에 주변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친척, 이웃,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해봤다는 피해자들은 공통으로 “적극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논문은 “용기 내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좌절됐던 경험은 가정폭력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도록 한다”고 분석했다.
논문을 작성한 도경은 활동가는 “가정폭력 피해 성인 자녀들이 폭력 피해를 인식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사회적 규범과 가정폭력에 대한 낙인과의 관계 속에서 밝히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가정폭력 피해 자녀들을 ‘피해자’라는 단어로만 설명할 수 없다”며 “이들은 폭력의 대상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당사자로서 피해 경험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그에 따른 행동전략을 실천하는 행위자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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